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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황금 연못 ㅣ 파랑새 사과문고 99
송언 지음, 수연 그림 / 파랑새 / 2024년 11월
평점 :
슬픈 왕자와 가난한 소녀의 맑고 싶은 사랑
“그대는 내 마음속의 영원한 ‘황금 연못’이었소.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내가 꿈꾸는 세상도 변하지 않을 것이오.
나는 굳게 믿소. 서로 믿고 의지한다면 어떤 부족함도 함께 메꾸어 갈 수 있다고.
157페이지”
이 책의 작가인 ‘송언’님은 1956년에 출생하신 한국 작가님이다.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아이와 읽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이 책은 송언 작가님을 몹시도 힘들게 한 작품이라 한다. 비운의 왕자와 소금장수의 딸 달님의 사랑을 완성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처음 저자가 선택한 방식은 비운의 왕자와 소금장수의 딸 달님이 아닌 송화 아가씨와의 무난한 결합이었다. 무난한 결합이었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결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오랜 번민의 시간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곤 그 괴로움을 견딜 수 없어서 세상에 내놓았던 이 이야기를, 스스로 거두어들였다. 송화 아가씨와의 무난한 만남이 아닌 소금 장수의 딸 달님이와의 사랑을 완성시킨, ‘나의 황금 연못’이야기를 완성한 후 그제야 마음의 등짐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20년이 걸렸다고……. 이렇게 스토리의 탄생의 배경을 알고 나니, 더욱 이야기가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송화 아가씨는 비운의 왕자인 소년이 황금 연못을 찾아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선비의 딸이다. 이 선비는 송화라는 고을에서 도사 벼슬을 지내다 괴질로 고을의 백성들과 아내를 읽고 허망하여 벼슬자리에 있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어머니와 어린 딸을 송화에 남겨 두고 나그네가 되어 세상을 두루 떠돌아다니던 자다. 산에서 도적 떼를 만난 소년을 구해주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비범해 보이는 소년에게 글도 가르치며 소년이 황금 연못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자다. 이 선비의 딸인 송화 아가씨와 사랑을 맺게 하는 게 작가의 첫 계획이었다니… 저자의 말처럼 정말 무난한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곤 동시에 무엇이 저자의 마음을 그토록 괴롭게 했는지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소년이 달빛 아래에서 달님이와 함께 맺었던 첫 마음, 그리고 신분에 관계없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저자의 마음이 참 고맙고 따뜻하고 감동이었다. 그러기에 다 써놓은 이야기를 다시 거둬들이고 오랜 시간 괴로움과 씨름하며 마침내 이렇게 이야기를 완성했으니… 작가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작가는 오랜 시간 오랜 고통을 지내다 마침내 왕이 되는 소년이 왕으로써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이야기 속에 선비가 소년에게 들려준 말이 있었다.
“그전에 한 가지 들려줄 말이 있구나. 임금은 나라의 기둥이란다. 한자로 된 왕(王)이란 글자를 꼼꼼히 살펴보자. 옆으로 세 개의 획이 나란히 있고, 위에서 아래로 또 하나의 획이 세 개의 획을 꿰뚫고 있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느냐?
…
옆으로 나란히 있는 세 개의 획부터 차례차례 살펴보도록 하자. 맨 위에 있는 획은 하늘을 뜻한다. 따라서 맨 아래에 있는 획은 당연히 땅을 뜻하지. 그렇다면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가운데의 획은 무엇을 뜻하겠느냐?
…
그래, 맞다. 바로 사람이란다. 사람이란 곧 백성을 가리키지. 예로부터 우리나라 왕들은 하늘과 땅과 백성을 하나로 꿰뚫어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왕(王)이란 글자에 담겨 있는 뜻이 그러하다. 따라서 하늘과 땅과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은 왕이 될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이 왕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 세상이 어지러워지지.
104-105페이지”
왕이 될 자격… 소년이 관료들에게 설득당하고, 왕비로써 부족함을 느끼며 거절하는 달님이를 설득하지 못하고 결국 송화 아가씨를 왕비로 맞아 들였다면… 소년에게 왕이 될 자격이 있다고 과히 말할 수 있을까?
소년이 송화 아가씨에게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년은 소금 장수의 딸 달님이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고, 신분의 이유로 왕비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많은 관료들의 반대를 마주할수록 백성과 사람을 더욱 생각하는 왕으로써 어떤 결정을 하며 그 마음에 품은 뜻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일생 동안 찾고 찾던 마음 속의 ‘황금 연못’이 소금 장수의 딸 달님은 아니었을까라고 고백한다. 서로 믿고 의지한다면 어떤 부족함도 함께 메꾸어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에 모두 한마음으로 새로운 세상, 백성들이 너 나 없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
소금장수 딸 달님 아가씨와 맺어진 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왕이 된 소년의 선택, 작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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