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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 꽃잎보다 붉던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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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공평한 것, 공평해야 한다는 것을 치매 걸린 반려자를 돌보며 아프게 깨닫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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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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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식구들의 여러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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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꽃이나 푸른사상 시선 59
채상근 지음 / 푸른사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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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태운

새까만 숯

 

누군가의 마음

데우고 싶다

 

서시다. 시인이 치열하게 시 쓰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은 늦겨울에 눈 내리는 풍경 속 나비 한 마리처럼 푸른 봄을 기다린다. 자신의 마음을 새까맣게 태워서라도 봄을 앞당기는 나비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늦밤에 잠을 자려고 이불을 폈다가도 술자리에 나오라는 전화를 거절하지 못한다. 주섬주섬 차려입고 나가는 등 뒤에 대고 말하는 시인의 아내는 또 어떤가. 거절당하는 것보다 거절 못하는 지금이 그래도 낫다고 중얼거리는 시인의 아내가 미덥다. 시인은 인생살이 어렵고 힘들어도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며 사람들과 함께 따듯따듯 익어가는 삼겹살에 찬 소주잔을 맞부딪친다. 한세상 태어나 가파른 언덕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꽃이라고, 사람이나 꽃이나 다 한가지라고 노래한다.


호박꽃 피어날 수 있을까

 

여기는 어디인가

방사선 작업 허가서를 받고 들어온 원자로 건물

방사능에 오염되어 쓰다 버린

노란 일회용 방사선 방호용품들이

태양빛에 늘어진 호박꽃처럼 여기저기 버려진

여기는 걸리버의 나라

핵폐기물들 가득한 나라

나는 이제 어디로 발 디디고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여기는 어디인가

벌레 한 마리 볼 수 없는 원자로 건물

덩치 커다란 원자로 설비들 옆에서 작업하는

노란 소인국 사람들 북적대고

이곳에서 꽃 한 송이 피워볼까

작업복 주머니에 몰래 갖고 들어온 호박씨

해바라기만한 호박꽃이라도 피어날 수 있을까

방사능 꽃을 피우는 원자로 옆에서

따뜻한 핵의 봄날 같은 겨울에

 

봄이 오지 않는 곳이 있다. 꽃도 나비도 없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 속 방사능에 오염된 쉰 공기들만 떠다닌다. 거기에 공기 공급 호흡기를 쓰고 가슴 부위와 성기는 납 차폐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있다. 핵폐기물들을 갉아 먹던 쥐들의 노란 털이 모두 빠져버리는 꿈을 구는 동료와 시인이 거기 있다. 원자력 발전소만 잘 돌아가면 깨끗한 에너지 원자력과 함께 평생을 안심하고 살 수 있으리라는 홍보가 거짓이라는 것을 환히 알고 있다. 시인은 벌레 한 마리 볼 수 없는 그곳에서 따뜻한 호박꽃을 피우고 싶어 한다. 호박꽃 마음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동료를 넘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피해자들로, 후쿠시마 원전 노동자들에게로 넓어진다. 따스한 서정과 탈핵의 새로운 관점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탈핵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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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동해바다 > 박상진 선생님과 함께한 늦가을 창경궁 나무 답사

 

 

 

 

 

 

 

 

 

 

 

 

 

 

 

회화나무


창경궁은 정치를 위해 지은 궁궐이 아니라

왕대비 등의 생활공간으로 지었단다

그러나 창덕궁과 창경궁 전체 모습을 그린

국보 249호 동궐도(東闕圖)를 보면 전성 시절에는 당당한 규모였다


정문인 홍화문(弘化門)을 지나

옥천교(玉川橋) 둘레의 매화나무, 자두나무, 앵두나무,

서민 나무라고 할 수 있는 살구나무를 본 뒤

우람한 회화나무를 봤다

임진왜란 때 모든 궁궐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지금 궁궐에 있는 나무는 오래된 나무가 드문데

이 회화나무는 수백 년 된 나무이다

문정전(文政殿 )앞에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어갈 때

비명소리를 들은 나무이기 때문이다

선인문 안쪽 금천 옆의 회화나무는

속이 까맣게 썩어 버린 오래된 회화나무도 있다.

 

 

 

 

 

연리지(連理枝)


자작나무는 옛날에 종이로 쓸 만큼 껍질이 하얀데

궁궐에 있는 자작나무는 껍질이 모두 거무죽죽하다

서울 공기가 탁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보호색을 띤 것이다


팥배나무, 황철나무, 산수유, 향나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

건물의 산 쪽 뜰에 꽃나무를 심은 시설 화계(花階),

(박상진 선생님이 연애할 때 연인의 손을 잡으려다 실패한 곳)

신갈나무, 대장금이 중종 치료를 위해 이용했을 살구나무와 산사나무,

황벽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회양목, 모과나무


다래나무, 백송, 능수버들 등을 보았다

뿌리는 다르지만 가지가 맞닿아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연리지(連理枝),

잘못된 만남 - 느티나무와 회화나무를 보았다.

 

 

 

 

 

 

박상진 선생님


창경궁 나무 답사를 현서랑 함께 한 까닭은

『궁궐의 우리 나무』(눌와, 2010년 개정판)

열심히 본 책 저자가 1940년에 태어난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에 사시는 분이 독자와 추운 날 함께하시겠다고 하니

선뜻 손 내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추울 것이라는 기상 예보와는 달리

가을 햇살 눈부시게 밝고

아직 가을이 궁궐 오후에 거닐고 있었다

푸른 하늘에는 그리움처럼 낮달이 내내 떠 있었다

73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생님은 발음도 정확하고 얼굴도 평화로웠다

나무와 평생 사신 분답게 아름다웠다.



201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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