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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종종 찾아가는 찻집에 혼자 앉아 책을 펼쳤다. 담담하게 책을 읽어가는 동안 백발이 되어가는 한 할아버지가 내 곁에 앉아 정이 가득 담긴 미소로 “할아버지는 어린시절에... ”로 시작해 다정하게 자신의 인생을 들려주는듯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의 시기 그리고 사회적 변화가 찾아온 1990년대까지. 담담하게 그리고 한 가지를 향한 그의 열정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천상의 바이올린을 읽으며 느낀 것은 절대, 좌절이나 포기가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배움에 대한 열정과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과 도전이 있을 뿐이었다.
“시대에 저당 잡힌 조국을 가슴에 묻고 이를 악물고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우리네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당하는 차별, 6.25로 인해 점령군이 국군이냐 인민군이냐에 따라 처형과 반목이 반복되어야 했던 비극적인 이야기까지. 사회에서 소외받아야 했던 흑인 병사와의 우정, 멸시당하는 조선인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따스하게 맞이해준 일본인들.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가슴 뭉클하다 못해 눈물까지 난다.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첩으로 시집가야 했던 여동생의 이야기는 해방 후, 전쟁 후 피폐해진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하나로 수십명의 바이올린 장인들로부터 조선인이란 이유로 가르침을 거부받고, 바이올린 기계공장 창문너머로 바이올린 제작과정을 훔쳐보며 직원들이 퇴근할 때 이야기를 나누며 얻은 정보로 자신이 지은 판자집에서 만들기 시작한 바이올린.
낮에는 막노동과 강에서 자갈과 떠내려온 목재를 팔고, 밤에는 바이올린을만드는 모습에서 그분의 열정이 느껴졌고, 그 어떤 억압에도 무릎꿇지 않은 한국인의 의지를 보는것만 같았다.
소리의 비결이 뭐냐고 묻는 일본인들의 질문에 “내가 재일교포라서 그런 감성을 지닌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내 소리는 타국에서의 갖은 설움과 고통, 절망의 벽을 뚫고 살아내야만 하는 소리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책을덮고 책 표지를 다시 본다.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가득담긴 진창현님의 표정은 바이올린에 빠져 어머니께 제대로 효도하지 못한 죄송함이 느껴졌다.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가
“가슴아프게도 조국은 지금도 휴전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에 의해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다. 바이올린의 음색이여, 그 국경을, 저 하늘을 넘어가라. 남과 북의 가교가 되어 주어라. 나는 오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이올린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