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순정만화같이 핑크핑크해서 가볍기 읽기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폈다. 책의 앞뒤를 둘러보며 어떤 단서를 찾아보려고 해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작가의 이력을 보고, 책 맨뒤에 있는 작가의 말부터 읽었다. 표지와는 다른 무거움이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꼬박 두서너시간을 묶여 읽다. 결국 울고 말았다. 이 작은 책이 나를 막 깊이 담금질을 해대는 것이 싫지 않았다. 고등학생인 백진아와 신동우는 친구이면서 요즘말로 썸을 타는 사이다. 사귀지도 않으면서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 예쁘지만 불완전한 사랑이야기에 내가 울음을 보일 수 있었던건 그 감정의 깊이가 무엇인지 더듬어 알게되어서가 아닐까. 인간이라면 응당 갖게 되는 심리적인 그 핫버튼을 제대로 눌러주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소설 초반에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작가가 너무나 이 소재에 심취한 나머지 그 무게감으로 오는 문장들은 어렵기도 했고, 불편함마저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조금씩 밝아져오는 이 소설이 마치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움직이듯 조정하는 느낌이 들만큼 디테일하다는 걸 알게됬다. 서로 미완성이었던 그들이 사랑하면서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입막음과 동우의 죽음뒤에 남겨진 진아의 문장들은 오늘같이 날이 흐린 날씨보다 더 칙칙하고 아련하고 아팠다. 진심으로 진아가 다시 사랑할 수 있길, 그 기억에서 멀어져갈수록 더욱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