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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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아빠.. 
나는 한번도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이 없이
아빠라고만 부른다. 지금도. 
아버지라고 하면 아빠가 금방이라도 늙어버린
것만 같아서 나는 그리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온 시절의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 내었다. 내용이 그다지 
슬픈 내용도 아니었다. 

한 가정의 소년이 자라 아버지가 되고, 
그 아버지의 아들들이 또 아버지가 되는 이야기.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가장 나중에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다. 두꺼운 두께만큼의 아버지라는 
의미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고, 어린시절부터의 
나의 아버지에 대해서 그려보느라 그 속도는 
나지 않았다. 

내게 아버지는 가슴이 콱막히면서 그 막힌게 
언제나 눈으로 쏟아져나왔다.
그 눈물은 언제고 줄줄흘러내리는 눈물이 아닌 
끈적하게 눈가에 맺혀서 흘러 내리지 못하고 
손으로 훔쳐내야 이내 뿌옇게 흐려진 시야를 
회복할 수 있는 그런 눈물이다. 

할말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는 내내 자꾸 
자판을 두드려 쓰고 또 썼다. 

자식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나는 자식이니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염치도 없이 시시각각 달랐다. 
그런 내가 말로도 글로도 정리하지 못한 것이 
내 부모, 내 아버지라는 걸 안다. 

존경을 하였고, 비난을 하였고, 무겁다 못해 
버겁다 느낀적도 있었다. 
원망이 가득하여 그 힘으로 살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 아버지는 참 좋은 분으로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문학의 힘이란게 이런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랜만에 아버지라는 
이름 하나를 붙잡고 아무도 없는 차안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어린 내가 되어 나는 울었다. 

고여있던 것이 두레박을 길게 넣어 퍼낸 것처럼 
시원해졌다. 아직 퍼내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나는 조금의 덜어냄으로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아버지라는, 어머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글은 애써 읽지 않는 편이었다. 
이 책이 강제된 책읽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읽지 않았을것이다. 그렇게 마냥 피하고만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우물바닥에 머물면서 내가 가졌던 
마음에 대해 다소 무거울 듯 싶다. 
마음의 환기를 위해 다른 책을 들어야 하는데도 
쉽지 않을만큼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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