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추억은 무슨 말을 해도 말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한 공간에서 평생을 살았던 우리의 선조들의 생활모습과는 많이 다른 우리의 현대의 삶은 긴 역사속에서 바라본다면 짧은 시간안에 너무 많은 변화로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근대라는 시기, 더 정확히는 조선말기부터 60년대까지의 약 100여년의 그 분위기와 감성을 참 좋아한다. 특히나 혼란과 광풍의 시대였던 일제시대의 경성, 50년대와 60년대의 전쟁후의 폐허속의 감성또한 나는 그냥 익숙하고 마냥 좋다. 영화도, 책도 노래도 그러했던듯 하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음에도 나는 그 시대가 주는 아픔이며 온기어린 곳곳의 시선들이 좋다. 익히 들은 내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친네같은 느낌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ㅎ 책은 시기적절하게 내게 다가오는 운명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책운명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알아채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이 왔다. 어릴적 시골집이 그립고, 할머니의 기억이 생생한 내게 이 책이 다가온 건 딱 적절한 타이밍으로 감동이 되어 주었다. 31곳의 근대건축물을 마냥 소개하는 책이 아닌 그 안에 들어 있는 스토리를 읊어주는 이 책은 여성작가임에도 남성적인 포근함이 물씬 느껴진다. 건축학에 대한 책을 읽으며 눈물 왈칵 쏟았다고 한다면 의아해하겠지만 실제로 책을 읽다가 중간 어디쯤에서는 너무 공감이 되어 그리움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31곳의 건축물중에는 내가 직접 가 본 곳도 있었고, 나고 자라며 직접 본 곳도 있었고, 여행을 가서 가족들과 숙소로 머물렀던 곳도 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 언저리 어디에 내가 잠시나마 체취를 남길 수 있어서... 길어야 100년 남짓한 근대의 건축물들을 따라 걸으며 작가가 읊어주는 문장들은 간략하지만 여운이 있었다. 사람이 머물렀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곳, 아름다울 수 있는 이야기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게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내게 말을 걸어 오는 듯 정겨웠다. 다시 찾아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그곳들이 그들만의 사연과 역사를 가지고 오랫동안 우리곁에 있어주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