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 한 청년 수도자의 12년 수행기
김선호 지음 / 항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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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에 시달리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세속을 떠나 절이나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자가 되는 막연한 상상을 해 본다. 겉으로 보이기에 수도원은 평화롭고, 수도자는 아무 걱정없이 영혼이 충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 맑고 공기 좋은 시골의 전원생활이 마냥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여도 막상 시골에 가서 살아보면 절대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을 수 있듯이 수도생활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도 수도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삶을 사는지 일반인은 겪어보지 못하고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한 청년 수도자의 12년 수행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인 김선호 선생님이다. 뜬금없이 초등학교 선생님이 수도생활에 대한 책을 썼을까 싶었지만, 저자는 열 아홉 살에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입회해 12년을 수행한 후에 사회에 나와 선생님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아이들의 심리, 특히 자존감과 홀로서기에 관심이 많아 3,000회에 가까운 학생 상담을 진행했고, 유튜브 채널김선호의 초등 사이다를 통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고민을 듣고 방향을 알려 주고 있다고 한다. 저서로는 『조금 달라도 괜찮아』, 『초등 자존감의 힘』,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 『마음이 흔들려서, 마흔인 걸 알았다』 등이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수도자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체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성북동의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에 입회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진리추구라는 목적을 가지고 모인 수도원에서 그는 12년을 수도자로 살며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는 걸 경계하고, 거짓된 자아상에 머물지 않고 깨어 있으며 또 그렇게 살아가는 힘을 배웠다고 한다. 이 책에는 12년 수도 생활에서 얻은 저자의 각종 체험과 함께 그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다.





책에는 12년 수도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생활 시기별로 나누어져 4개의 장 지원기·청원기의 헤맴의 시간, 수련기의 마주침의 시간, 유기서원기의 바라봄의 시간, 성대서약기의 존재의 시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기념하는 성금요일 노숙자 체험, 무전여행기, 수도원의 전설적인 까마귀 이야기, 농장 담당이 되어 호박을 키우기 위해 똥을 푸는 이야기, 수해복구 현장에서 마주친 현실, 설악산 등반, 순례여행 이야기 등 읽다 보면 감동과 웃음이 나오다가도 저자의 성찰과 통찰을 마주하면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책을 읽으며 진리를 추구하는 삶과 믿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함께 수도 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해소된 느낌이다. 잘 모를 수 있는 신앙 용어에 대한 설명은 책이 하단에 친절히 표기되어 있어 보기 좋았다. 저자는 수도원을 나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학교 선생님으로서 사회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도원 안에서든 밖에서든 변한 게 없다고 한다. 수도 생활의 경험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삶의 태도가 된 듯하다. 그래서 저자는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세상은 갈수록 물질 만능과 육체의 건강을 추구하면서도 영혼과 영성에는 무관심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진리를 추구하는 신앙인도 수도 생활을 지향하는 수도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니,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걱정하고 치유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재미와 깨달음을 얻고 우리가 진정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어느 한곳에 고착된 내 무의식을 바라보고, 계속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단지 힘이 세지고, 신체가 발달하고, 능력을 갖추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장일 뿐이다. P85



땅 속 깊이 박힌 보석은 깊게 파야 얻을 수 있다. 다른 방도는 없다.” P106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자로 산다고 한 나였다. 정말 포기하고 떠나 보낸 것들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내게 물었다. 포기한 것 중, 떠나 보낸 것 중, 그토록 가슴 저리고 아픈 것이 있었는지를 물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버린 것은 별로 없었으며, 그나마 버렸다고 한 것들도 참 버리기 쉬운 것들 뿐이었다. P165



소나무가 스스로의 힘으로 철사를 끊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채기를 끌어안고 아픔을 견디며 송진을 내뿜는 일 뿐이었다. 인간도 그런 존재 같았다. 스스로 상처를 끌어안고 버티는 것이 우리의 한계인 듯싶었다. P258



내 스스로 떨치기 어려운, 나를 속박하는 녹슨 철사는 무엇일까?’ P259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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