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파수꾼, 어처구니의 부활 상상도서관 (다림)
정명섭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다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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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의 본래 뜻은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을 말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궁궐의 궁문과 전각의 지붕처마에 흙으로 빚어서 만든 인형 잡상을 ‘어처구니’로도 잘못 알려졌다고 한다. 또한, 맷돌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도 알고 있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으로 맷돌의 손잡이는 맷손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궁궐의 어처구니들은 처마에 걸터앉아서 무심히 세상을 바라보다가 악령이 궁궐을 침범하면 떨쳐 일어나 물리친다고 한다. 일종의 수호신인 셈이다.

 



이번에 읽어본 책 『어처구니의 부활』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왜군의 어마어마한 병력을 따라서 들어온 일본 요괴들을 조선의 궁궐 어처구니들이 힘을 합쳐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처구니들은 중국의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어처구니들은 동자승 동이, 늙은 스님 삼장, 뚱뚱이 총각 손삼중 그리고 새침한 표정의 소녀 매화이다. 알 듯 모를 듯 모두가 서유기 속 등장인물들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정명섭 작가로 대기업 샐러리맨을 거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으며,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좀비 물부터 동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는데, 주요 작품으로는 《미스 손탁》 《사라진 조우관》 《추락》 《저수지의 아이들》 《무덤 속의 죽음》 등이 있다. 작가의 작품 중에 특히 연작 탐정소설 명탐정의 탄생, 개봉동 명탐정 등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작가는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크리에이터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처음 책을 받아 보았을 때, 책 표지의 판화 같은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꼬부라진 나무 지팡이, 작은 지팡이, 커다란 쇠스랑, 큰 비녀를 가진 4명의 어처구니들과 조총을 든 주인공 상욱의 표정에서 결연함이 느껴진다. 검은 얼굴, 노란 눈동자의 요괴는 진주성 지도를 휘감고 있다. 작가는 동화 속 어처구니 이야기는 상상이지만, 임진왜란은 현실이라고 말한다. 수백 년 전의 일이지만 기억을 잊어버리는 순간 더 큰 비극이 찾아오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임진왜란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광복절을 앞두고 아이들이 지금 읽기에 적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임진년 왜군이 부산포를 통해 조선에 쳐들 와 조선의 중심인 한양까지 점령된다. 임금은 부랴부랴 북쪽의 나라 끝으로 도망가고, 한양은 불바다가 되어 경복궁마저 불에 타 버린다. 이때, 불타오르는 경복궁 위로 희미한 기운이 나타나 사라지는데, 바로 경복궁 처마 위에 흙 인형으로 잠들어 있던 어처구니들이 깨어난 것이다. 그 와중에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과 헤어지고 오갈 데 없어진 상욱이는 왜군과 맞서 싸울 아동대에 지원한다. 기초 훈련을 받고 전쟁터에 나간 상욱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처구니들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어처구니들은 기이하고 묘한 꿈을 꾸는 상욱이가 필요하다며, 함께 남쪽으로 가자고 말한다. 마침 부모님을 찾기 위해 동래에 가려했던 상욱이는 이들과 동행을 하게 된다. 남쪽으로 여행을 하는 도중 이들은 일본에서 건너온 요괴들과 만나 싸워 물리친다. 이에 어처구니들은 자신들이 왜 깨어나게 되었는지 답을 찾기 위해, 상욱이와 자신들이 꾼 꿈을 따라 진주성으로 간다. 커다란 전투를 앞두고 긴장감에 쌓여 있는 진주성에서 김시민 장군을 만난 이들은 장군의 요청으로 성안을 어지럽히는 괴물을 찾아 나선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 이야기는 매우 흡입력이 있어,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부활한 어처구니들과 이구룡, 천산갑 그리고 일본의 주술사와 다소 생소한 일본의 요괴 로쿠로쿠비, 누케쿠비, 야만바 등의 대결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전쟁을 통해 그려지는 배경은 매우 암울하고 비극적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절대 같은 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해야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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