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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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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논픽션을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다. 좋아하는 책이라고는 오직 소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이야기’ 즉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글’이란 못내 지루하고 어려운 것이었는데, 그 속이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면 정말이지 순식간에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까닭이다.


 “<실연의 박물관>은 글로벌 전시기획 <실연에 관한 박물관>의 2016년 한국 전시에 사연과 소장품을 기증한 82명의 리얼 스토리를 모은 책이다.”



82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이별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을 기증함과 동시에, 그 추억의 이야기까지 함께 기증했다. 나는 아마 이 책을 평소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받지 않았더라면, 결코 직접 사서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쓴 글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나 문장의 형식은 물론 그 내용까지 모두 흔하디 흔한 평범한 것이겠지, 지레짐작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지인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왜냐하면 저마다의 ‘헤어짐’을 기증하는 이 독특한 방식의 책 속에는 내가 그토록이나 사랑해 마지않는 ‘이야기’, 누구나 가슴 속에 오래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이 보석같이 흘러나오는 까닭이다. 누구나의 가슴 속에 묻혀 있던 ‘이야기’들을 ‘소설적 장치’ 외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었는데도... 그런데도 너무나 독특한 방식으로 실연을 이야기하고 기증하는 사람들의 글 속에 나는 그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순간 순간, 문득 문득, 내 안에 남아 있는 이야기들과 너무 닮아서, 어쩌면 이렇게 나와 같은 마음으로 무언가 혹은 누군가와 이별을 하고 그 부속품을 간직하고 있는가 싶어서, 나도 몰래 소리없이 눈물 떨구던 책장이 얼마나 많았는지. 끊임없이 공감하고,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던...



모두 다 많이 아픈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참 착하고 예뻐서, 아무리 봐도 정말 착하고 예쁜 책이라서 자꾸만 들여다보고 쓰다듬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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