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한 글자가 하나도 없는 그림책.
글자들이 빼곡한 책들도
읽기 힘들지만
글자가 하나도 없는 그림책도
읽기가 힘들다는 걸 느꼈다.
처음 든 생각은 막막함.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글자가 하나도 없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림책 속의 하나하나 보이는 것들을
나열하며 말하기도 하고
어떤 상황인지 유추해 보기도 하고
하나하나의 색깔을 말해보기도 하며
점차 입을 떼어 나갔다.
처음엔 이 그림책을 만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아이와 내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면
어떠한 이야기든 탄생할 수 있는 그림책.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비일 수도, 눈일 수도
아이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점처럼 보이는 것들이
빗방울이었다가 우산 속 무늬였다가
무당벌레였다가
다양한 변신을 하듯
그림책 속 아이들과 함께
재미나고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만드는 그림책.
솔직히 내게는 최근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아이와 함께 읽으려 했는데
나중엔 아이가 나에게 다양한 생각을 말하며
내게 읽어주는 형식이 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상상력이 닫혀버렸나 싶어
잠시 우울하기도 했지만
우리 단단이와 함께
아이의 시선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그래서 아이의 상상력에 방해가 되지 않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