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과 망원 사이 - 1인 생활자의 기쁨과 잡음
유이영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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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당신을 말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프롤로그에 적혀있는

첫 문장이다.

지난 2,3년간 내가 느끼던 감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말이었다.

지방에서 살다가 취직을 하며 서울에 올라와

서울의 곳곳을 2,3년 주기로 옮겨 다니며

자취를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것.

바로 내가 사는 곳이 나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며 경기도의 어느 끝자락으로

이사 온 나는 이곳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서울에 살며 집 앞만 나가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이곳에서는 한참을 걸어나가거나

마을버스를 타야 했다.

친구들에게 집에 놀러 오라고 하면

지하철을 타고 또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깊숙이 들어와야 하는 곳까지 오는 불편함을

토로했고, 나 역시 똑같은 루트를 이용해

서울로 나가는 것이 불편해 점점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렇게 불편한 것들에만 사로잡혀

얼마간 불평불만 속에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불평하는 동안

우리 동네는 많이 변했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속박당하면서 내가 가진

우리 동네의 아름다움과 편리함에

내가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됐을지도.


합정과 망원 사이를 읽으며

그 동네를 살아가는 저자의 기쁨과 잡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동네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즐거움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합정과 망원 사이처럼

만약 내 생활을 에세이로 쓴다면? 이란

스스로의 물음에

일산과 파주 사이라고 이름 붙이니

그럴듯한 느낌도 들고 내가 사는 이곳이

더욱 좋아질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로 인해

자유를 잃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안정감을 찾았다.

물론 나 역시 도서관 출입제한이나

매주 화요일이면 찾아오던 순대 아저씨가

어느 순간 찾아오지 않게 되는 일들도

생겼지만 그럼에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내가 자주 가는 동네, 집 앞 편의점,

동네 카페에 내가 항상 앉는 자리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쁨도 느낀다.


합정과 망원 사이를 읽으며

저자와 함께 합정과 망원 사이를 여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에세이 그 이상으로

여행이 단절된 요즈음 상황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뒤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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