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들고 카페로 간 건 실수였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와

오랜만에 나온 신경숙 작가님의 신작을

오롯이 만끽하려던 내 계획은

책장을 넘기며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알았다.'


며칠 전 부모님과 며칠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읽어서 더 그랬을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아내야 했다.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에서 하나뿐인 여동생과 함께 자취생활을 했다.

꼬박 10년의 자취생활을 하면서

몸은 서울 자취집에 있어도

내게 집이란 부모님이 계시는 곳, 부모님이 사시는 그 집이

내게 집이었다.


서울 자취집이 좁다는 이유로..

나는 자꾸 부모님 집으로 무언가를 들고 갔다.

이미 예전에 책장과 컴퓨터 책상이 차지해버린

내방이지만 내방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그곳에 내 것을 자꾸만 쌓아놓았다.

그것들이 내가 결혼한 뒤

이제 너의 집으로 그것들을 가져가라고

바리바리 챙겨 남편의 차에 실어주던 날..

이제 부모님의 집, 내가 유일하게 집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이

더 이상 나의 집이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생각이 난다.




자식이 딸 둘인 우리 집.

항상 딸들 잘 키워서 행복하다는 부모님.

엄마는 딸바보인 아빠가

딸들한테 하는 것만큼만 나에게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항상 하며 살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산 게 벌써 10년이 넘었는데도

엄마는 아직도 우리에게 연락해서

아빠가 너희 말만 듣는다며

아빠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싶은 주문을

우리에게 시킨다.



우리를 애칭으로 부르는 아빠.

나는 항상 아빠에게 공주이고

동생은 항상 꿀똘이다.

어느 날 동생이 아빠에게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말을 했다.

자신이 벌써 30대인데 나중에 더 나이 먹고도

그렇게 부를 거냐며.. 이젠 이름을 불러달라 했다.

동생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아빠의 서운한 얼굴과 목소리가 기억이 난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빠의 모습이 보여서

자꾸 눈물이 났다.

이 모습도 아빠의 모습인 것 같고

저 모습도 아빠의 모습인 것만 같아서..

결혼한 딸도 마냥 아이로 보는 아빠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내게 아빠는 유일하다.

어떤 의미로든 유일한 사람.

내가 어떠한 죄를 지어도 맹목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 줄 한 사람.

내게 엄마는 내가 지켜줘야 할 존재라면

아빠는 내가 기대도 될 유일한 사람 같다.

결혼을 하고 ..

엄마 아빠의 노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

그런 것들을 문득문득 생각하는 나를 발견한다.

생각도 하기 싫지만 준비하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나의 생각들이

신경숙 작가님의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으며

깊은 감정이입이 되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책의 서평을 쓰면서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댁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는데

부모님이 보고 싶다..


유난히 다정한 아빠의 목소리..

항상 출근 전에 방에 들어와 아빠 출근한다 말하는

아빠의 말이 매일 듣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