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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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일본의 장인들을 인터뷰한 책을 읽었었다.

그 속에는 대대로 자신의 가업을 물려주고

물려받는 그 안에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분명 일본 못지않게 훌륭한 장인들이 많이 있을 텐데 ..

관련된 책이 요즘 시대에 맞춰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는 잊고 있다가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접하며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이 책이

그때의 내 생각에 부합되는 책이긴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음식에 국한되었다는 것.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전문적이라는 생각 또한 든다.

이번에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을 읽으며

노포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게 됐다.

노포란,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일컫는 말

어떻게 보면 우리가 노포하면 떠올리는

많은 음식점들도 그 안에 속하는 것이 맞지만

꼭 음식점들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물론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책 속에는

우리가 노포하면 떠올리는 세월과 내공이 쌓인

오래된 식당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반짝 유행을 타거나

TV에 방영되어 유명세를 떨치게 되는 맛집들이

아닌 대대로 내려오는, 그래서 그 지역의 역사를

함께 겪어 온 오래된 식당. 노포.




책의 차례만 훑어보아도

익히 들어보았던 음식점도 있었다.

나 역시 해장국은 다 같은 해장국이고

국밥은 다 같은 국밥이지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그런 햇병아리 시절을 거쳐 지금은

어느 정도 지역 특색이 있는 해장국과 국밥을

구별하듯 이 책의 저자는 더욱 전문적인 견해와

그와 더불어 음식점의 세월만큼이나

따뜻해지는 생각들이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맛은 절대 가치가 없다. 꿩 잡는 게 매다. 어떤 맛이 인이 박인 채 기억에 저장되면, 사람들은 그 맛을 최고로 친다. 맛은 보수적이다. 각자 어머니 손맛이 전부 최고가 아닐 텐데도 사람들은 어머니의 맛을 찾는다. 익숙한 것에 대한 안심이다. 그런 원리가 할미 국밥에도 적용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던 맛을 그대로 유지한 것, 더 잘하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 욕망을 억제하는 것!


그리고 잊었지만 다시 기억난 나의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가 이 책을 통해 풀렸다.

바로 "엄마의 손맛"

나의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일을 하셨다.

그렇게 지금껏 맞벌이를 하고 계시는 엄마.

그래서 나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 중에

최고의 음식을 꼽지도 못할뿐더러

엄마가 해준 음식이 특별하게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며 살아왔다.

(물론 맛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엄마는 외식을 좋아하셨다.

그런데 내 삶 중에 1년간 영국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엄마가 해준 집 밥이 떠오르고

그 맛이 그리웠다.

하지만 정작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땐

다시 외식을 하기 바빴다.

익숙한 것에 대한 안심.

이 책의 한 줄이 그때의 나의 미스터리를 풀어주었다.



노포라는 것에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과 세월만 흐른다고 해서 노포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맛에 대한 신뢰, 오랜 시간 동안 그 맛을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하고

고집스러운 집념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세월에 쌓인 내공이자 노포인 것 같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세월이 흘렀기에,

계속 새로워지는 현대에서

수십 년 변하지 않는 음식의 맛을 내는 것은

변화하는 것보다 더욱 힘든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의문이 들었던 전라도 노포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가 에필로그에 풀어놓았다.

요즘 TV만 켜면 여러 채널에서 맛집에 대한

방송을 하는 시대에 안타까운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힘을 내주셨으면,

노포를 지켜나가주셨으면,

노포가 계속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과 같은

책이 많이 발간되었으면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노포들을 살면서

다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우리나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오래된 식당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음이 감사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들 오래된 식당, 노포들이

이 시기를 잘 견디어 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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