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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 The Shin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스탠리 큐브릭.
작품마다 거의 완벽한 캐스팅과
뛰어난 화면 배치 능력...
그리고 철저하게 비타협적이었던
영화의 메세지들..
나도 내가 하는 일들을 통해 언제까지나
그렇게 이상적일 수 있을지.
시계테엽오렌지 이후 그의 영화를 처음 대할 때마다
난 왠지 모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곤 했다.
내가 아직은 경외할 수 밖에 없는 경지이지만..
'샤이닝'은 그가 남긴 몇 안되는 작품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영화의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겨울 동안 눈 때문에 고립되는 호텔에
관리자로 고용되어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게되고..
고립된 공간 안에서 점차 과거에 있었던
살인 사건의 악령에 휘말려, 급기야 가족들에게
도끼를 들고 달려들게 된다는 얘기..
그러나 영화가 조장하는 공포감, 그리고 그것이 발생하게된
원인은 단순하게 지나칠 수 없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감독은 영화가 제기하는 공포의 근원을
아마도 '남성성'에 두고있는게 아닐지..
자기에게 주어진 일, 임무에 대한 강박적인 사명감..
사회적 위상을 지키기위해 가정과 주변 사람들을
돌보지 않고, 방해 거리로 몰아가는 모습들..
극단적인 남성성의 촉매제로 나타나는
음주, 그리고 뒤틀린 성욕...
그것들이 결국 가정을 파괴시키고 급기야
자기 자신까지 괴물로 만들 수 있다는 메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잭 니콜슨의 얼굴에서 내비친
여러가지 끔찍한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잭이 바에 앉아 쏟아내는 거친 얘기들..
그 질질 끄는듯한 얘기를 들으며
이상하게 구역질을 느꼈던건, 아마도 내 내면에서 발견한
일부 역한 면모들 때문은 아닐런지..
특히 욕조에 나체로 누워 이상하게 웃고 있던 여자,
그 끔찍한 웃음 소리를 통해
남성의 욕망이 빚어낸 징그러운 괴물이
보는 이를 내내 옥죄고 있는 듯했다.
잭니콜슨은 이기적인 욕망과 광기를 지닌 캐릭터에
왜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도끼를 들고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잡기위해 문을 부숴대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듯...
쿵, 쿵, "Wendy~ I'm Home..ㅇㅎㅎㅎㅎ"
나쁜 새끼... 적당히 좀 하지...
지극히 온당하다 생각했던 남성성의 면모들이
실은 주변 사람들을 파괴하고, 스스로의 모습까지
괴물로 만들 수 있는 추악함과 극단성을 지니고 있다니...
이후 수많은 공포 영화들이 이 영화의
장면이나 배경 등을 모티브로 따왔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 영화에서 보이는 진정한 공포란
여기저기 피가 튀고 소리를 질러대는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가슴 속에 우직하게 담아왔던
욕망, 가치관들을 뒤틀어놓고 끔찍하게 만드는데서
나왔다는 것.
벽에서 쏟아지는 핏물이 점점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을 때,
난 그 징그러운 욕구들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잭, 우리 놀고 있을 시간이 없어..
같이 '호텔'을 지켜야지..
으흐흐흫흐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