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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 카밀은 왜 인문학에 빠졌을까? ㅣ 인문학과 삶 시리즈 4
용문중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12
"때론 자신의 의견보다, 타인이 맞을 때도 있단다."
p16
'수학을 잘 못했지만, 이 성적은 너무하지 않나? 그렇게 많은 시간 수학만 붙잡고 있었는데.... 포기하고 싶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왜 붙잡고 있는가? 포기도 용기 아닌가? 그런데도 포기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게 더 싫다. 노력해도 못한다는 게 너무나 억울하다.'
p19
"대학 시절에서는 전공 공부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 역시 중요하죠.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28.29
"나도 처음에는 고민했어. 연락을 못 한 사람도 있고, 연락했다가 차인 사람도 많아. 그러면서 배운 한 가지가 있어.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치워버리라는 거야."
p31
공부를 잘한다고 인정받았던 과거와 달리,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는 좌절감, 자신이 언제나 높은 위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 인식, 난생처음 겪는 상황으로부터의 혼란과 방황,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p35.36
"제가 너무 성급하게 군 탓일까요? 거절당한 게."
"그랬을지도 모르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으니까. 가까워지려면 조심하며 조금씩 나가야지. 특히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해."
매번 희망을 품지만, 결과는 변함없다. 노력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자체가 모순이다.
p63
카밀은 실수 때문에 아팠던 것일까? 카밀이 무너져 내린 이유는 어쩌면 배신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토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배신감.
p90.91
카밀은 쇼팽의 묘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주위 다른모지를 둘러본다. 이름이 당당하게 적힌 묘도 많지만, 버러진 돌처럼 보이는 묘지도 있었다. 인간은 죽어서도 여전히 계급이 나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쇼팽의 심장이 묻힌 그 땅 위에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가 쇼팽을 안고 있는 조각상이 서 있다. 주위에는 많은 꽃이 놓여있고, 스피커에서는 〈즉흥환상곡〉이 흘러나오고 있다.
p106
베를린 중앙역은 아름답고 거대하다. 5층 건물에 수많은 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한다.
p108
"벌금 낸 게 그렇게 불만이야? 너 왜 그렇게 불만에 차있는 거야? 도착한 날부터 너 좀 이상했어.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질 않나."
"그래, 지금도 집에 가고 싶어. 유럽이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까, 당장이라도 말이야,"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내 의지를 팍 꺾어놓네. 아주."
p110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근 카밀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는다. 변기 옆 작은 창문을 열자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검표원이 자신을 찾아와 화장실 문을 두드리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진땀 흘리며 기다린다.
p114
쇼팽의 무덤에서처럼 카밀은 데스마스크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한다.
"쇼팽이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어떤 음악을 남길 수 있었을까?" 카밀은 생각한다.
'우울한 타락을 맞이했을까, 아니면 인간을 넘어선 하나 의 승리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p122
수용소 내부를 모두 관람한 다음 입구로 돌아온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수용자들에게 자유는 어떤 의미였을까. 카밀은 고개를 숙인다.
p125~127
유럽의 밤 길거리에 앉아 흐르는 강을 보며 마시는 맥주는 훌륭하다.
최고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노력과 재능이 있으면 공학 분야에서는 할 일이 많다. 반면 특별한 재능을 갖지 못한 수많은 예술인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재서에게서 읽을 수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게 더 옳은 일일까?'라고 묻고 싶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임을 알기에 지혁은 굳이 입을 열지 않은다.
"흐르는 강물에 비친 불빛처럼 우리도 그냥 흘러가듯 사는 인생이 아닐까요?"
p131
강을 흐르는 카를교와 프라하 시청은 프라하 대표 관광지다. 카밀과 지혁의 여행은 어느새 마지막을 향한다.
p133.134
역에서 피아노를 처음 보았을 때, 카밀은 치고 싶은 마음에 흥분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치는 것은 더욱, 카밀은 그저 피아노를 중심에 두고 크게 원을 그리면서 빙글빙글 걸으며 생각했다.
'이 공간에 피아노와 나만 있다면 얼마든지 칠 텐데.'
'너는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자신이었어?'
'아니. 자신 없어. 그래도 치고 싶은데.'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어차피 내가 어떻게 치든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텐데, 왜 신경 써야 하나 싶었어. 혼자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힘을 빼자. 난 여기 혼자 피아노를 치고 있다 하면서."
p143
카밀은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본다. 스스로 결정하기에 워낙 중요한 문제기도 했고 선택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카밀은 같은 과 대학원에 지원한다.
p153.154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터치야, 터치!"
"터치요?"
"그래, 터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빈말 백 번 하는 것보다 한 번 터이로 보여주는 게 휠씬 나야!"
내일 이후 서로 마주칠 일 없는 사람이었기에 더 쉽게 친해졌을 수도 있다.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럴듯한 대기업에 다니고, 국가대표 선수이며, 호텔 매니저다. 카밀은 이들이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p191
카밀은 비로소 직장인에게 주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일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과 자유를 누리는 순간은 중요하다. 카밀은 아버지가 왜 평일에 늦게 퇴근을 하고, 주말에 힘들어했는지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p203
카밀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룬 책을 다시 읽으며 회의를 느낀다. 아무리 바르게 산다 해도 죽음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삶이 존재라면 죽음은 무엇인가? 카밀은 삶뿐 아니라 죽음까지 다루는 더 큰 원리를 찾고 싶다.
『도덕경 』을 읽을수록 이전에 읽던 책과는 다른 시각이 느껴진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p222.223
독서 토론은 의견을 하나로 수렴할 필요는 없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다. 책에서 다룬 국가관도 마찬가지다.
"그런 걸 다 떠나서, 어떤 사람들이 모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질문에 싸우기도 하고, 안 싸우기도 하는 걸 보면 말이죠."
다현이 대답한다. 카밀 역시, 모든 모임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p242
오랜 시간 운전하고 산을 오르고 요리하고 청소했음에도 카밀은 마음이 편하다. 톨스토이가 말한 사랑이라는 게 이러한 느낌 아닐까? 보답을 바라지 않고 선을 행하는 게 사랑이 아닐까. 카밀은 혼자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잠은 달았다.
--------------------책 일부 발췌-----------------------
대학생의 삶을 그린 책.
공대생이 왜 인문학에 빠졌을까에 대한 이야기.
젊음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고뇌와 실패를 하며 그린 책. 대학교라는 좋은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쇼팽의 나라를 여행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나의 20대를 회상하는 시간이었다.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나.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20대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돈에 노예가 되었던 시절에 꼭 그렇지마는 않았다. 국내 여행을 나름 했던 시절. 마음껏 젊음을 느꼈던 그 시절. 함께 해 준 동료 언니들의 생각으로 입가에 미소가 진다.
세계 여행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책 매개체는 나의 최고의 선물이다.
20대 젊음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은 책.
공대생 카밀을 왜 인문학에 빠졌을까?
결국 책이라는 단어로 인해 모인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독서모임으로 카밀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인간에게는 때려야 땔 수 없는 바로 책. 독서가 마지막을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