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도시
연여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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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읽고 작가의 이름이 마음에 새겨지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부적격자의 차트]의 연여름 작가 역시 그랬다. 가상의 세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어쩐지 낯설지 않은, 담담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주는 문체에 쏙 빠졌었던 것 같다. 기대감으로 이번 책을 들었다. 지난번 보다 훨씬 더 광활하면서도 체계적인 배경과 탄탄한 구성에 초반부터 몰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먼 훗 날, 극심한 토양 오염이 휘몰아친 후 뿔이 자라는 인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뿔은 타인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고, 전염성도 없음이 확인된 후 그렇게 각인(角人)과 비각인이 함께 사는 세상이 도래한다.

각인은 뿔이 자랄 때 극심한 통증을 겪게 되고 야생 사망에서 자라는 흑각을 섭취하면 그나마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각인에게 흑각은 필수품이 되지만 공중도시 라뎀에서는 흑각의 불법 채취를 금지하며 공중도시의 흑각만을 유통하려 한다. 태어날 때부터 지상 그늘에서 자라온 '시진'은 비각인으로 면역인이지만, 각인인 누나 '유진'의 고통을 보며 자라왔기에 누나를 위해 그늘에서 야생 흑각을 불법으로 채취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각인과 비각인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누나 유진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지도 7년. 절친했던 친구 '베르트' 마저 각인 혐오자에게 살해당한 소식을 들은 시진은 베르트의 행적을 뒤쫓게 된다.

차별과 혐오, 계급이 나뉜 사회에서도 끝끝내 지켜야만 하는 가치에 대해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가상 현실, 혹은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 이야기지만 연여름의 글이 낯설지 않은 건 언제나 '인간' 자체를 들여다 보기 때문 아닐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그 어떤 세계든 멸절되고 말 것이다. 연여름 작가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어쨌든 지켜낼 세상에 대한 의지가 있고 변화에 앞서 타인을 먼저 떠올릴 줄 아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메마른 내 상상력과, 상실을 거듭하는 내 인류애에 다정한 온기 한 방울 머금게 되는 글이랄까.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새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시진의 마음을 나는 알 것도 같았다. 어쩌면 누군가는 바보 같은 짓이고, 후회할 짓이며, 생산성이나 실용성이 전혀 없는 선택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 멈칫하는 마음에 깃든 이타심을 본다. 세상이 실용만으로 돌아갈 리가 있나. 그 바깥의 온기에 집중하고 싶다. 이 이야기처럼.

⋱⋰ ⋱⋰ ⋱⋰ ⋱⋰ ⋱⋰ ⋱⋰ ⋱⋰ ⋱⋰ ⋱⋰ ⋱⋰ ⋱⋰⋱⋰ ⋱⋰⋱⋰⋱⋰

🔖70. 샐은 늘 누군가의 사정이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그저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청이라는 외피를 두른 능동적 침묵이었다는 것을 시진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알 수 있었다.

🔖74. 너는 나를 이해하는 게 아니야. 연민하는 거지.

🔖115. 데인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뿔을 연구한 이유는 다름 아닌 각인의 정체성을 더욱 깨끗이 부정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모순적이긴 했다. 두 번 다시 지상에 발 들이지 않고, 이 뿔을 그 어떤 타인에게도 드러내지 않으며, 그야말로 투명하게 천국의 천사로 지내려는 계획을 위해서였으니까.

🔖148. 하지만 그렇게 하나둘 자기를 숨기는 일이 결국, 다른 각인들의 삶을 지우는 출발점이 되기도 해.

🔖196. 원래 한번 비어버린 자리는,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금방 허물어지고 마는 거야.

#연여름 #각의도시 #문학과지성사 @moonji_books
#연여름장편소설 #각의도시_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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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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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글은 생동감이 넘치는구나. 출간 전 이미 영상화까지 확정이라고 하니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봐둬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생계형으로 마트에서 와인 판매원을 하면서 부업으로 법정 통역사 일을 하고 있는 도화. 도화에게 1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대가로 법정 허위 통역 일을 맡기는 변호사 재만. 네팔에 현존하는 여신 '쿠마리'. 한때 쿠마리였던 여성 '차미바트'가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한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다. 정황이나 증거 및 모든 게 차미바트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는데 막판에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며, 정신병적인 이유를 근거로 정의 실현을 피해 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차미바트의 유죄 확정을 위한 허위 통역을 해달라고 도화를 설득하는 재만. 큰돈이 필요했던 도화는 일을 맡게 되고 피고인 차미바트가 법정 최고형을 받도록 허위 통역을 한다.

마주한 차미바트의 입에서 나온 증언에 도화는 묘한 찝찝함과 호기심이 일게 되고 연관되어 있는 일들을 캐기 시작한다. 결과를 떠나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정의를 찾아 무모한 발걸음을 떼는 도화의 행동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서서히 드러나는 도화의 과거 역시 마지막까지 독자를 궁금증에 허우적거리게 한다. 생생한 현장감을 결말까지 빈틈없이 유지해 나간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 아니었을까!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방사능 폐기물 등 알면서도 모른 채 넘기기 쉬웠던 문제들을 꼬집어 들춰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제 3의 눈으로 읽히는 네팔 여신 '쿠마리'의 존재와 정의를 찾으려 불 같이 뛰어드는 도화, 영화화가 된다면 이 몽환적이고도 무거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매우 궁금해진다. 도화는 김태리나 김유정이 왠지 잘 어울릴 것 같고 차미바트는 아무도 모르는 완전히 뉴페이스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재만은 오정세 님? 나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크크.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벌써 기대되는 작품이다.

#이소영 #통역사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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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일기장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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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쥔 순간 쉽사리 놓을 수가 없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일기장, 어쩌면 흔할 수 있는 소재로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 주인공이 청소년인 것, 청소년들의 고민과 불안을 녹여낸 것, 거기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일기장의 존재와 미래를 바꾸려 고군분투 하는 중에 깨닫고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에 빠르게 몰입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유품 중 유독 새 것처럼 돋보이던 빈 일기장. 일기장에 날짜를 쓰면 당일 이후, 즉 미래의 일들이 저절로 써진다. 날짜를 쓴 사람이 직접 보고 들을 미래의 일이. 전학하게 된 첫날의 날짜를 써 본 예윤. 사사로운 사건들의 발생을 미리 알고 주변의 다치게 되는 친구나 불편한 사건들을 은근슬쩍 예방한다.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일기장 덕에 친구들에게 나름 필요의 존재가 되기도 하는 자신을 즐기던 어느 날, 덤덤한 성격으로 예윤의 옆자리를 든든히 지켜주며 절친이 된 수연과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졸업식 날의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하게 된다. 졸업식 날짜를 아무리 써도 어떤 일기도 적어지지 않는 걸 의아해하던 예윤은 일기장인 걸 몰래 숨겨 엄마에게 날짜를 적어보게 한다.

"자살하려는 친구를 막으려다가 학교 옥상에서 예윤이가 떨어졌다. 내 딸이 죽었단다."라고 짧게 적히는 일기. 졸업식은 14일이 남았다. 그 사이에 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이렇게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해줬더니 곧 중학생이 되는 내 딸의 눈이 땡그래진다! 같이 읽자^^ 자살이 의심되는 친구들을 찾아가며 하루하루 작은 미래를 바꿔보려는 예윤과 수연. 도대체 어떤 결말이 다가오려는지 짐작도 못한 채 책 속에 폭 빠져 읽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청소년들이 겪을 법한 관계 속에서의 혼돈, 불안, 인정 욕구와 학업 스트레스 등 선택의 문제에서 숱한 고민을 해왔을 모든 청소년에게 꼭 읽어보라고 격려하고 싶은 책이었다. 결국 겪고 지나 와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는 걸 아는 40대에 들어섰지만 항상 지금 겪는 문제들은 인생의 전부로 보인다. 여기저기 흔들리고 그 속에서 수없이 다칠 청춘들이 아련하면서도, 또 그 청춘이기에 반드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 ⋱⋰ ⋱⋰ ⋱⋰ ⋱⋰ ⋱⋰ ⋱⋰ ⋱⋰ ⋱⋰ ⋱⋰ ⋱⋰⋱⋰ ⋱⋰⋱⋰⋱⋰

🔖82. 나는 도움을 주지 않으면 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였다. 내가 또 속아 넘어갔구나. 다들 내가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허지도 않는데. 그저 내가 자신들을 지켜 주기 때문에, 사고를 피하게 해 주기 때문에 필요했던 거였는데...

🔖117. 그냥 서로 맞지 않는 사이엲음을 진작에 인정했다면, 억지로 내가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되지 않길 포기했다면, 애들이 바라보는 내가 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228. 다치지 않는 삶은 없다는 뜻이지. 사람은 늘 다치기 마련이야. 아픈 게 당연해. 아프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거야. 잘 크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아프면 병원도 가고. 붕대도 감고, 피도 닦아 내고, 그렇게 나를 도닥이며 사는 거란다. 이렇게 모래밭을 덮어 아예 다치지 않게 할 게 아니라, 다치게 두는 것도 방법이야. 다쳐도 괜찮다는 걸 알려 줘야지. 지나고 사면 상처도 아문다고 말이다.

#고혜원 #미래가보이는일기장 #다이브 #빅피시 @bigfish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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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5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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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에세이는 흔하다. 읽어 보면 다 비슷비슷한, 지친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를 엮은 글들. 책을 많이 읽어도 장르의 다양성을 넓히긴 어려운데 그럼에도 꾸준히 이런 에세이를 찾는 걸 보면 나는 그 '당연스러워 보이는', '흔한' 위로 한 줄이 절실히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가슴에 박히는 문장이 간혹 있다. 아마도 나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같은 책을 읽어도 매번 느끼는 바가 다르고, 밑줄 치고 싶은 문장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 내 마음에 박혀 눈물이 또르르, 아니 주르르 흐르게 했던 문장은 정말 색다르거나 감동적인 문장이 아닌 '같이 가자' 이 한 문장이었다. 지금도 마음이 찌르르 하는 거 보니 요새 나 좀 힘들었구나, 하고 다시 깨닫는다.

같이 가자. 앞에 사막이 있든, 건너야 하는 호수에 살얼음판이 있든. 겨울이 가고 봄이 지나도, 우리 여전히 같이 가자. 꽃이 떨어져도 눈이 쏟아져도 비가 내리고 낙엽이 져도, 같이 가자. (p.120)

살얼음판이 낀 겨울을 버티다 보면 끝내 봄이 오리니. 너무 당연히 알고 있고 큰 감흥을 일으킬 수 없을 글일지 몰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내 마음에 큰 일렁임을 준 글들이었다. 갖은 시련들이 계속 나를 찾아오더라도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는 믿음. 믿다 보면 또 잘 될 거라고 태연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해주는 이 책이 정말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다.

정말로 지치고 힘든 날에는 정확하고 완벽한 해결법이 아니라 작고 당연해 보이는 글에 적당한 안온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특별한 불안이나 고뇌가 없을 땐 또 어떤 느낌을 내게 안겨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 ⋱⋰ ⋱⋰ ⋱⋰ ⋱⋰ ⋱⋰ ⋱⋰ ⋱⋰ ⋱⋰ ⋱⋰ ⋱⋰⋱⋰ ⋱⋰

🔖18.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그랬다. 나를 무너뜨리기 일쑤인 것들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며,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

🔖30. 삶이란 무릇, 존재하는 불행 속에서라도 기필코 일상의 행복을 찾아냄으로써 그 균형이 맞아지는 것이다. 뚜렷하거나 거대한 결과만을 추구하는 삶은 오히려 나의 행복을 집착이나 불안으로 와전시키기 일쑤이다.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은 내 하루하루 곳곳에 존재한다. 그것을 찾아내느냐 마느냐로 내 삶의 만족이 결정된다.

🔖74. 그래. 우리의 감정과 마음과 삶은 어쩌면 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 태연한 목소리와, 당연한 문장으로부터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대단한 해결법이 아니었고, 거창한 언변이 아니었다. 이토록 언제나 존재하며, 사소하고 때론 담담한 것들로부터, 괜찮아질 수 있는 것이다.

🔖89. 받은 마음을 익숙함에 취해 함부로 대하지 말 것. 또 선물이 아니었을 마음을 오랜 시간 간직하느라 애쓰지도 말 것. 마음이란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이전 그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 되돌릴 수 없기에, 그 순간이 아주 값지고 아름다운 것.

#정영욱 #잘했고잘하고있고잘될것이다 #부크럼 @bookrum.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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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시코쿠 - 소녀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일본 시코쿠 불교 순례기
원대한 지음 / 황금시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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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시코쿠 불교 순례길! 난 이 책으로 시코쿠라는 지명 이름도 처음 알았다. 당연히 불교 순례길 역시 낯선 만남이었고. 1200년 전 진언종 창시자인 코보 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시코쿠의 4개 현(도쿠시마, 고치, 에히메, 카가와)에 위치해 있는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길.

다정하고 화목한 그들의 순례를 함께 하며 마음이 참 따뜻하고 포근해졌다. '순례와 산책의 차이는 뭘까?'라는 작가의 물음에 나도 생각 많은 며칠을 보냈다. 다 큰 아들과 소녀 같은 엄마는 이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다녀 왔고 시간이 흐른 후 그리움과 아쉬움을 안고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된 것이 바로 시코쿠 순례길이었단다.

짧은 지식으로 나 역시 오로지 두 발로만 한 번에 모든 일정을 끝내야 순례자라고 여겼던 것도 같은데 도보뿐 아니라 자전거, 자동차와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것 역시 순례라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마음가짐 아닐까. 내가 매일 다니는 동네 골목 역시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순례의 길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건강이 여의치 않을 때도 꼭 해내고 싶은 일정이 있다면 교통수단의 힘을 빌려도 괜찮다. 협소했던 내 마음의 작은 구멍을 내어준 책.

덤으로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누구에게로 향하는 지 모를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심도 일었다. 돈독한 서로의 관계에서 오는 엄마의 깊은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느껴졌다.

한 현을 한 계절씩 나누어 네 개의 계절동안 네 개의 현을 돌며 시코쿠 순례를 마친 그들이 괜히 든든했다. 나도 함께 한 것 같이 자랑스러웠고. 당장의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훌쩍 떠나긴 힘들지만 오늘부터라도 늘상 다니는 길목의 걸음을 조금씩 늘려 조금은 무게 있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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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선배가 어떻게 소수 언어를 지켜 가며 사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관심과 애정이다. 아끼는 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주춤거리지 않는 행동, 조금 먼 거리일지라도, 시간이 걸릴지라도 움직이고 보는 몸과 마음.

🔖66. 순례자와 산책자가 만났다. 순례자 같은 산책자와 산책자 같은 순례자. 산책과 순례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걷고 있는 이 고행길이 산책길일 수도, 방산시장에서 을지로4가로 걷는 그 길이 순례길일지도.

🔖71. 두 발로만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버스, 휠체어, 침대 등 어떤 보조 도구를 이용해서도 순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많이 바꾼다. 전세버스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니는 패키지 상품을 비판했던 내가 떠올랐다. 잘 걸을 수 있음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잘 걷지 못해도 당연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165. 어설프지만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 완벽하지 않아도 즐겁게 도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언제 드러내야 할지 아는 사람들.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무엇도 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도 즐겁고 어설프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메 들어왔다.

#원대한 #엄마는시코쿠 #황금시간 @goldentim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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