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한 그릇 - 맛에 진심이라면,
박찬일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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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중학독서평설》에 1년간 연재한 글을 모아서 다듬고 보강하며 새로운 원고까지 합쳐 묶은 책이 되겠다. 청소년들 눈높이에서 읽기 쉽게 접근한 흔적이 오롯이 보인다. 그만큼 쉽고 다정하게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맛있게 풀어냈다.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까진 아니어도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음식들에 담긴 이야기는 흥미진진했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교류에서 음식 역시 다양한 역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까지 이르게 된 사연들이 재밌다. 생각보다 유래가 길지 않은 삼겹살, 잡채의 생명인 당면이 잡채에 없었던 과거, 너무도 유명해져 세계화를 이루고 있는 K-라면, 한식일 줄 알았던 김밥의 원조는 일본? 등등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에 빠져 꼬르륵 맛있게 즐긴 며칠이었다. 자주 접하는 익숙한 음식들의 이야기라 전혀 거부감 없이 책의 흐름대로 나를 맡길 수 있었다.

원조가 있든 없든, 변화되어 자리를 잡아가며 익숙해지는 풍경이 왠지 마음 따뜻하고 반갑다. 음식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칼로리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음식에 얽힌 따뜻한 풍경과 맛을 떠오르게 해주는 책. 아참! 특별 부록으로 박찬일 님의 특별한 레시피 몇 가지 얹어 주셨는데 생각지 못한 조합의 음식들이 있어 당장 주방 불 켜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간장크림떡볶이라든가, 삼겹살짬뽕라면 등 이번 주말 특식은 따로 고민할 필요 없이 이 책 하나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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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음식을 단순히 칼로리와 영양 섭취의 시각으로만 보는 건 과거의 일이에요. 이제 음식의 역할은 사람들 간의 상호 관계, 서로 나누는 감정의 매개체로 확장되었습니다. 나아가 음식을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열쇠로 보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먹방과 쿡방의 유행에서 보듯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오락의 한 축도 담당하고 있지요. 여러분들도 이 책을 통해 장차 더 즐겁고 행복한 식생활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찬일 #교양한그릇 #북트리거 @book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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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어느 문외한의 뉴욕 현대 예술계 잠입 취재기
비앙카 보스커 지음, 오윤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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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읽은 책 중에 인덱스 제일 많이 붙인 책!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었다.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하는데 '아니, 이런 것도 예술이라고???' 또는 '이런 그림은 다섯 살 짜리도 그리겠네' 이런 말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이 책을 읽으라구.

➿️ 현대 예술이 나를 따돌리냐, 내가 무식한 거냐

제목을 보고 약간 비유적인 표현일까 궁금했었는데 아니, 진짜 스파이가 잠입했다. 그 스파이는 바로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이 책의 작가인 비앙카 보스커. 비앙카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수채화 한 장을 떠올리며 갑작스럽게 예술적 열망에 휩싸인다. 미치도록 궁금했던 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예술계에 은근하게 잠입한다.

브루클린 작은 갤러리의 직원으로 시작해서 아트 페어에서 그림을 판매해 보기도 하고, 떠오르는 신예 작가의 조수 일을 하다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경비로까지 취직해 예술의 최전방에 서서 예술이란 무엇인지, 예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이 얼!마!나! 스펙타클한지 이 여자에게 홀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예술이란 것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답해가는 과정은 뒤로 하고 마음 먹은 일을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는 이 작가의 근성에 혀를 내둘렀다. 예술을 탐구해 가는 과정도 충분히 흥미롭게 그려졌지만 이 여자의 모든 일상을 바쳐 기필코 답을 얻어 내고야 마는 그 여정 역시 고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열정적이고 지적이며 위트까지 겸비한 그녀의 글은 탁월하게 재미있고 매력적이었다.

끝끝내 찾아낸 진실은 어쩌면 생각보다 그리 거창한 건 아니었다. 결국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통찰, 그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예술계에 발을 딛기 전과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멈추고, 알아채고, 감탄하라.(p.439)

미술계라는 고상한 규칙과 질서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시각을 잃은 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기만 급급했던 거 아닐까. 예술에 정답이란 게 있을까.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난 후엔 더이상 작가 것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작품을 바라본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그 작품 역시 천 가지의 뜻을 품은 거니까. 그러면서도 나는 미술관에 가면 벽글을 보기 바빴다. 내 느낌보다 '이건 이런 거야!'라는 설명을 읽어야 왠지 작품을 이해한 것 같았단 말이지.

아직도 해소 못한 질문 몇 가지는 남아 있지만 작품 보는 시각의 변화를 안겨 준 이 책. 다 읽고 나니 당장 미술관에 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다짜고짜 영감이 쏟아져 작품을 보자마자 감동의 전율을 느끼긴 어렵겠지만 애정과 열정을 담아 많이 보고, 오래 보고, 깊게 보다 보면 나에게도 나만의 직관이 생길 것 같단 말이지. 변화한(?) 내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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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난 예술이 왜 중요한지, 중요한 문제가 맞긴 한지, 팽팽하게 잡아당긴 처음 위에 바위 모양으로 묻힌 물감 자국을 고요히 바라보는 시간이 정말로 인간 존재를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당장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26. 예술가들은 작품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면 갑자기 후두염을 앓는 양 굴어댔다. 갤러리스트들은 작품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겠다는 사람에게 작품을 팔지 않기까지 했다. 큐레이터들은 일반 대중이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켰다. 비평가들은 암호로 글을 썼다(예를 들어 '작가 신체에 의한 지표적 기호'는 쉽게 말하면 '손가락으로 칠한 그림'이다). "인간 삶의 독특한 특징"이라는 예술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예술은 대중을 따돌리는가? 왜 예술은 나를 따돌리는가?

🔖134. 이상하긴 하지만 미술계가 지금처럼 돌아가는 건 아무나 미술계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아무나 이해할 수도 없고. 바로 그게 흥미와 매력의 원천이고. 정보가 권력이에요. 어떤 세계에 작동 방식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질수록 그 세계에서 더 많은 힘을 가질 수 있어요.

🔖404. 미술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다. 이제 나에게 미술관 경험은 메뉴에서 요리를 골라 주문하는 일에 가까워졌다. 원하는 몇 가지만 시키면 된다. 거기 있는 모든 것을 꾸역꾸역 삼킬 필요가 없다.

#비앙카보스커 #미술관에스파이가있다 #알에이치코리아 @rhkore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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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수요일
곽윤숙 지음, 릴리아 그림 / 샘터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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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졸다 버스정류장을 놓친 아이, 과연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 라는 출판사 소개 문구를 보고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

내가 사는 작은(?) 섬 거제도에서는 아이들이 버스 탈 일이 크게 없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학교도 있고 학원도 모여 있고 친구들도 다 같은 아파트. 그러다 큰 딸이 5학년이던 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시내를 나가서 놀겠다고 한다. 역시 차로 10분 이내 거리지만 처음 버스를 타는 상황이니 버스 타는 법도 알려 주고 모르면 꼭 물어보고 타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그렇게 한두 번 시내를 다녔던 어느 날, 늦기도 하고 피곤하고 급해서 당황했는지 시내에 내렸던 그 곳에서 귀가 버스를 탔던 것. 돌아오려면 길을 건너서 탔어야 했는데 말이다!! 집과 점점 더 멀어지던 그때 당황해서 전화하던 목소리에 나는 나대로 대뜸 화를 냈던 것 같다. 무사히 돌아왔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딸은 얘기했다. 많이 당황했고 놀랐지만 침착하려 했다고. 그런데 기사 아저씨도 화를 많이 냈고 자신의 실수에 황당해서 한참 동안은 버스 탈 일이 있을 때 계속 긴장이 됐었다고 했다. 뒤늦게 그말을 듣고 보니 당시에 제대로 헤아려 주지 못했던 내 모습에 많이 미안했고 후회도 됐다.

그래서인지 책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눈물이 쭐쭐 나왔다. 깜빡 졸았던 것 같은데 내릴 곳은 훨씬 지나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영이의 모습에서 딸의 모습을 봤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영이도 엄마의 잔소리부터 걱정한다(🥲🥲🥲).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방법을 떠올리려 애쓰는 그때 주위의 따뜻한 손길들이 은근히 펼쳐진다. 어느새 긴장이 많이 녹아내린 가영이는 자신을 돕는 사람들의 미소, 표정, 행동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가영이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다정하고 포근한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지내오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들조차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관계 속에 있다. 절친한 관계든 전혀 모르는 관계든, 관계 안에서의 나의 행동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레 받게 되는 친절하고 다정한 상황은 마음 깊숙이 묻혀 있던 힘까지 솟아나게 하는 기운이 있다. 이왕이면 다정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나의 일상에, 그리고 수시로 마주할 타인의 일상에 작은 힘이 되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영이가 무사히 지낸 '별일 없는 수요일'들이 모이고 쌓이면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들이 길러지는 것 아닐까.

무탈하게 지나온 오늘 하루도 모르고 흘려 버린 타인의 배려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 아이가 버스를 잘못 탔을 때에도 가영이가 탔던 버스의 사람들처럼 다정한 배려를 먼저 알게 되었더라면 그 후의 긴장이 절반으로 줄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어쩌면 아직 긴장하고 있을 내 예쁜 딸이랑 다시 한 번 더 읽게 될 그림책. 이왕이면 다정을 선택하고 배려를 아끼지 않기로 마음 먹게 만들어 주는 선하고 따뜻한 책이었다.

#곽윤숙 #릴리아 #별일없는수요일 #샘터사 @isamtoh
#그림책 #동화책 #아이책 #책육아 #책추천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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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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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유독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다치바나. SNS 공포 채널을 운영하는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출판사 문예부 편집장으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운영하는 유튜브 공포 채널에서 신인을 발굴하여 자신의 직업과 연계해 책을 출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불미스러운 일로 좌천된다.

의욕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몇 년. 어느 날 다치바나 앞으로 의문의 우편이 온다. 예전과너무도 달라진 다치바나를 살해하겠다는 예고장 겸 원고 그 자체. 그것도 완벽 범죄를 장담하며 살인을 예고한다. 다치바나는 겁을 먹기는커녕 예전의 감각이 살아나며 묘한 흥분으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상대가 누구든 완벽하게 이길 수 있다고 믿는 다치바나 앞에 이해 못할 일들이 펼쳐진다.

손에 든 순간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해서볼 수밖에 없는 흡입력과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곳곳에 있어 읽는 재미늘 더했다. 간만에 숨막힐 듯 빠르게 읽어내려간 책. 실제로 대형 공포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작가가 소설 속 주인공과 겹쳐 몰입이 더 컸던 것도 같다. 탄탄하고 빨려들게 만드는 구성에,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 다시 첫 장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마력까지! 첫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

완벽 범죄와 가장 아름다운 살인의 정의를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설득력이랄까. 말도 안되고 터무니없는 질문인 걸 아는데 어느새 주인공에게 설득당한 것도 같았다가, 이 놈은 결국 마지막까지 미친놈인 거 같았다가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다.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약간 억지스럽고 자꾸만 화가 나는 찜찜함) 전반적으로 만족했던 이야기. 일단 내용이 궁금해서 손을 놓지 못하게 가슴 졸이는 그 느낌 자체만으로도 추리 소설의 70프로는 성공 아닐까. 이 작가 글은 다음에도 읽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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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재능 있는 사람은 때때로 그 재능을 함부로 다룬다. 그것을 손에 넣고 싶어 발버둥 치고, 괴로워하고, 진심으로 애원하는 사람이 세상에 수없이 널렸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자신이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다른 사람은 평생을 바쳐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늘 부족한 것에만 눈길을 보낸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과 자신이 가진 것 처한 환경을 당연하게 여긴다.

🔖71. 나는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우는지. 다시 말해 '아이에게 어떤 상식을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걸어갈 인생을 어떤 색으로든 물들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99. 콤플렉스는 언제나 타인이 만든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을 통해 이상하다고 깨닫는다.

🔖141. 처음에는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어도 상대방의 언변이 좋으면 그 내용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리고 서서히 그 사람이 고상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건 내가 대학 시절 책에서 읽었던 사기나 세뇌 수법과 똑같다. 그리고 바로 지금 나는 그 흐름 속에서 물살에 휘말리는 중이라는 걸 자각했다. 방심하면 안된다. 이 대화에는 반드시 무언가 감춰져 있다.

🔖250. 다시 말하지만 자기만족이나 입에 발린 소리를 강요하는 건 죽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해.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사람은 일단 말리기는 했다는 면죄부를 원하는 것뿐이야. 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해 한 말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겠지만, 결국에는 자기만족이야. 한순간의 깊은 슬픔을 짊어지고 싶지 않을 뿐이지.

🔖258. 어쨌든 부모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아이 편이어야 해요. 자식이 선택한 길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믿지 않을 것.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볼 것. 자식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 사실은 자신을 위한 말은 아니었는지 돌이켜 볼 것. 자식 농사에 자기 자대만 옳다고 했다가는 파국이 시작돼요.

#야가미 #나의살인계획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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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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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오로르를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전연령 가능 소설인 오로르 시리즈 중에서 두 번째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도 무리가 전혀 없었지만 두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난 직후, 첫 번째 이야기 역시 무척 궁금해진다. 시리즈로 계속 출간될 것 같은 오로르 이야기를 모두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묵직한 주제들과 추리소설 못지 않은 스릴, 게다가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 그대로의 이야기.

오로르는 11살, 말하지 못해 태블릿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자폐 소녀다. 드디어 학교를 가게 된 날, 설렘의 부푼 꿈도 잠시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반 친구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오로르는 걱정이 없다. 세상의 많은 '잔혹이들'은 타인의 두려움을 무기로 차별하고 괴롭히지만 오로르는 그런 것들이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시선의 중심에 오르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닐지라도 남들과 다르다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며 모두와 잘 지낼 수 있다고 믿는 오로르의 순수함과 맑은 긍정이 어느새 내 마음까지 환하게 해주는 걸 느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으로 주베 형사의 부관으로 임명되어 사건을 맡게 되면서는 나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으로 페이지를 멈출 수 없었다. 그 과정에 자신을 괴롭혔던 반 친구의 비밀까지 알게 되는데. 우리의 오로르는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긍정의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오로르를 한마음 가득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분명히 잘 해낼 거라 믿으며.

사춘기, 이혼, 학대와 차별 등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한데 묶었지만 절대적으로 밝고 빛나는 소설이었다. 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 우리집 초딩들에게 강력 추천하며 스스로 읽지 않으면 잠자리 독서로 읽어줄 의지까지 짜내게 만든 이야기. 관용과 연대, 공감과 포용으로 세상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이 되리라 믿게 된다. 마음이 몽글몽글, 힘들고 피곤한 일상에 숨통을 틔운 책. 일단 1권부터 사러 간다. 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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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그렇지만 '어른'이 되면 힘든 게 있단다. 어른은 선택을 해야 하고 당시의 선택이 옳았다고 자신을 계속 설득해야 해. 그렇지만 그 선택이 썩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어.

🔖39. 불행한 사람이 너무 많아.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불행하면 다른 사람한테 못되게 굴 때가 많아.

🔖43. 사람들은 새로운 걸 두려워할 때가 많아.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사람들의 눈에 자기들이 어떻게 비칠지 두렵기 때문이지.

🔖47. 어떤 사람들은 남다른 사람을 보면 불편하다고 말해. 자기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개념에 맞지 않는 걸 보는게 싫은 거야. 그런데 '정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특별해 보이는 걸 억누르려고 '정상'이라는 개념을 스스로한테 강요하는 것뿐이야.

🔖143. 왜 사람들은 자기 집단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나 자기들이랑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다른 걸 멋지다고 생각할 수 없는 걸까?

#더글라스케네디 #모두와친구가되고싶은오로르 #밝은세상 @wse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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