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5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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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실 이런 에세이는 흔하다. 읽어 보면 다 비슷비슷한, 지친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를 엮은 글들. 책을 많이 읽어도 장르의 다양성을 넓히긴 어려운데 그럼에도 꾸준히 이런 에세이를 찾는 걸 보면 나는 그 '당연스러워 보이는', '흔한' 위로 한 줄이 절실히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가슴에 박히는 문장이 간혹 있다. 아마도 나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같은 책을 읽어도 매번 느끼는 바가 다르고, 밑줄 치고 싶은 문장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 내 마음에 박혀 눈물이 또르르, 아니 주르르 흐르게 했던 문장은 정말 색다르거나 감동적인 문장이 아닌 '같이 가자' 이 한 문장이었다. 지금도 마음이 찌르르 하는 거 보니 요새 나 좀 힘들었구나, 하고 다시 깨닫는다.

같이 가자. 앞에 사막이 있든, 건너야 하는 호수에 살얼음판이 있든. 겨울이 가고 봄이 지나도, 우리 여전히 같이 가자. 꽃이 떨어져도 눈이 쏟아져도 비가 내리고 낙엽이 져도, 같이 가자. (p.120)

살얼음판이 낀 겨울을 버티다 보면 끝내 봄이 오리니. 너무 당연히 알고 있고 큰 감흥을 일으킬 수 없을 글일지 몰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내 마음에 큰 일렁임을 준 글들이었다. 갖은 시련들이 계속 나를 찾아오더라도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는 믿음. 믿다 보면 또 잘 될 거라고 태연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해주는 이 책이 정말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다.

정말로 지치고 힘든 날에는 정확하고 완벽한 해결법이 아니라 작고 당연해 보이는 글에 적당한 안온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특별한 불안이나 고뇌가 없을 땐 또 어떤 느낌을 내게 안겨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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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그랬다. 나를 무너뜨리기 일쑤인 것들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며,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

🔖30. 삶이란 무릇, 존재하는 불행 속에서라도 기필코 일상의 행복을 찾아냄으로써 그 균형이 맞아지는 것이다. 뚜렷하거나 거대한 결과만을 추구하는 삶은 오히려 나의 행복을 집착이나 불안으로 와전시키기 일쑤이다.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은 내 하루하루 곳곳에 존재한다. 그것을 찾아내느냐 마느냐로 내 삶의 만족이 결정된다.

🔖74. 그래. 우리의 감정과 마음과 삶은 어쩌면 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 태연한 목소리와, 당연한 문장으로부터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대단한 해결법이 아니었고, 거창한 언변이 아니었다. 이토록 언제나 존재하며, 사소하고 때론 담담한 것들로부터, 괜찮아질 수 있는 것이다.

🔖89. 받은 마음을 익숙함에 취해 함부로 대하지 말 것. 또 선물이 아니었을 마음을 오랜 시간 간직하느라 애쓰지도 말 것. 마음이란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이전 그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 되돌릴 수 없기에, 그 순간이 아주 값지고 아름다운 것.

#정영욱 #잘했고잘하고있고잘될것이다 #부크럼 @bookrum.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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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시코쿠 - 소녀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일본 시코쿠 불교 순례기
원대한 지음 / 황금시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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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시코쿠 불교 순례길! 난 이 책으로 시코쿠라는 지명 이름도 처음 알았다. 당연히 불교 순례길 역시 낯선 만남이었고. 1200년 전 진언종 창시자인 코보 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시코쿠의 4개 현(도쿠시마, 고치, 에히메, 카가와)에 위치해 있는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길.

다정하고 화목한 그들의 순례를 함께 하며 마음이 참 따뜻하고 포근해졌다. '순례와 산책의 차이는 뭘까?'라는 작가의 물음에 나도 생각 많은 며칠을 보냈다. 다 큰 아들과 소녀 같은 엄마는 이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다녀 왔고 시간이 흐른 후 그리움과 아쉬움을 안고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된 것이 바로 시코쿠 순례길이었단다.

짧은 지식으로 나 역시 오로지 두 발로만 한 번에 모든 일정을 끝내야 순례자라고 여겼던 것도 같은데 도보뿐 아니라 자전거, 자동차와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것 역시 순례라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마음가짐 아닐까. 내가 매일 다니는 동네 골목 역시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순례의 길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건강이 여의치 않을 때도 꼭 해내고 싶은 일정이 있다면 교통수단의 힘을 빌려도 괜찮다. 협소했던 내 마음의 작은 구멍을 내어준 책.

덤으로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누구에게로 향하는 지 모를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심도 일었다. 돈독한 서로의 관계에서 오는 엄마의 깊은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느껴졌다.

한 현을 한 계절씩 나누어 네 개의 계절동안 네 개의 현을 돌며 시코쿠 순례를 마친 그들이 괜히 든든했다. 나도 함께 한 것 같이 자랑스러웠고. 당장의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훌쩍 떠나긴 힘들지만 오늘부터라도 늘상 다니는 길목의 걸음을 조금씩 늘려 조금은 무게 있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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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선배가 어떻게 소수 언어를 지켜 가며 사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관심과 애정이다. 아끼는 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주춤거리지 않는 행동, 조금 먼 거리일지라도, 시간이 걸릴지라도 움직이고 보는 몸과 마음.

🔖66. 순례자와 산책자가 만났다. 순례자 같은 산책자와 산책자 같은 순례자. 산책과 순례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걷고 있는 이 고행길이 산책길일 수도, 방산시장에서 을지로4가로 걷는 그 길이 순례길일지도.

🔖71. 두 발로만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버스, 휠체어, 침대 등 어떤 보조 도구를 이용해서도 순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많이 바꾼다. 전세버스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니는 패키지 상품을 비판했던 내가 떠올랐다. 잘 걸을 수 있음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잘 걷지 못해도 당연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165. 어설프지만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 완벽하지 않아도 즐겁게 도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언제 드러내야 할지 아는 사람들.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무엇도 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도 즐겁고 어설프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메 들어왔다.

#원대한 #엄마는시코쿠 #황금시간 @goldentim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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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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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어느 산 위의 우뚝 솟은 성, 콜디츠. <독일에 비우호적인> 낙인이 찍힌 포로들을 모은 포로수용소였다. 나치의 포로수용소라 하면 흔히 알고 있었던 악명 높은, 비인간적인, 가스실 등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콜디츠는 대부분 군인 장교들이 포로로 갇힌 곳이라 그들에 대한 대우도 어느 정도 해주며 군인의 자부심을 지키려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는 모습까지 보여졌다. 전쟁 중이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의 끝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였다.

어쨌든 감옥이었기에 자유를 억압 받는 많은 포로들은 갇혀 있는 동안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여러 가지로 시도되었던 탈출 방식들, 그들을 막으려는 독일의 경비병들, 탈출조차 시도되지 않았던 하급 병사들의 기막힌 이야기들. 누구 한 명에게 집중된 이야기가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방대한 이야기들이 동떨어지지 않고 탄탄히 쌓여져 소설과도 같은 에피소드로 발현될 때마다 빠져들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작고도 광활한 콜디츠 안에서는 계급도, 우정도, 협약도 생겨 났고, 포로들은 대부분 지루하고 권태로운 반복적인 상황을 벗어나려는 시도-스스로 제작하는 연극 공연, 탈출 도구 제작, 밀주 제조, 각국 포로들간의 연대-를 멈추지 않았다. 포로들에 몰입하여 읽어가면서 초반에는 그나마 낙관적인 희망을 품고 활력적으로 탈출을 감행하던 모습에 큭큭 웃음이 나는 장면도 분명히 있었는데, 끝이 보이는 듯한 희망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좌절감 사이에서 포로들이 느끼는 심경 변화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난한 시간들이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포로들을 감시하는 독일 경비병들 중에도 분명 나치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하니 흑과 백, 이분법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다채로운 인간 군상의 모습을 이 책 한권으로 낱낱히 깨달을 수 있어 마음이 조금은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콜디츠 안에서 그들과 함께 그들의 일상 속을 잠시나마 공유했던 입장이 되고 보니 '왜 이런 일이 있어야 하며, 이 상황 속에서 나라면 어떤 모습으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을까?'라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다 읽고 보니 표지가 새롭게 보였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될 이름들. 인간이기 위해 각자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글이지만 반드시 지켜져야 할 흥미로운 역사서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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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철조망에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된 채 엄중한 감시를 받는 이 세상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변화를 겪었다. 그동안 성안의 삶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갔고, 밖에서는 전쟁이 가차 없이 계속되었다. 영웅적인 포로가 있었지만, 그들도 인간이었다. 강인한 동시에 약하고 용감하지만 겁에 질린 그들은 쾌활했다가, 단호했다가, 절망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64. 바깥세상으 연합국들과 마찬가지로 포로들 역시 협력자이자 경쟁자였다. 그들은 공통의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 경쟁을 벌였다. 콜디츠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적도 훨씬 더 친숙해졌다. 전장에서 만나는 적은 익명의 존재다. 그러나 포로수용소에서 만나는 적에게는 얼굴, 이름, 성격이 있다.

🔖286.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망칠 기회가 생기면 잡고 싶어했고, 거의 모든 포로가 탈출 시도에 기꺼이 도움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탈출이라는 어렵고 위험한 일은 이미 단련된 소수에게만 맡겨두고 만족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해서 포로들 사이에 언뜻 눈에 잘 띄지 않는 새로운 구분이 생겨났다. 반드시 탈출하겠다는 사람과 탈출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사람.

🔖368. 해방될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아니, 어쩌면 바로 그 때문에, 일부 포로들은 심리적으로 기다림을 감당하지 못했다. 소수의 사람들이 마침내 선을 넘어 정신을 놓은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 때문이었다.

#벤매킨타이어 #콜디츠 #열린책들 @openboo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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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온 - 10년 후, 꿈꾸던 내가 되었다
이은정 지음 / 에피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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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엄마들 중에 베베드피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늘 똑같은, '그게 그거'로 보이는 영유아복만 있던 시절,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던 쨍한 컬러감과 중성적이지만 세련되고 모던하면서도 특별했던 디자인의 아동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베베드피노. 나는 지금도 지인의 아이의 백일이나 돌, 생일 선물로 많은 고민 안하고 베베드피노로 간다.

베베드피노와 아이스비스킷, 캐리마켓까지 설립한 이은정 대표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첫 에세이. 여러 사업을 줄줄이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는 여자의 인생은 왠지 처음부터 다를 것 같았다. 어쨌든 다른 분야, 완벽하게 다른 스케일이긴 해도 나도 작은 사업체를 꾸려 가야하는 소상공인이고,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또 육아를 겸하며 일하는 워킹맘의 입장에서 너무도 궁금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라 문장에서의 글맛은 없었을지 몰라도 진심이 가득 담긴 글이라 몰입이 잘 됐고 궁금해서 여기저기 챙겨 다니며 쭉 이어 읽었다.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입장을 훨씬 넘어 브랜드를 유지하고 탄탄하게 만들어 가는 그녀의 일상과 마인드에서 그녀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하고도 귀중한 철학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나의 취향을 브랜드화 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경험은 누구나 하기 어려운 경험이자 존경받을 만한 꿈같은 일이다.

우리가 사업적인 마인드를 타고난 게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고.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대표도 아니었고 막상 이 자리에 오니 도망갈 곳도 없으니 그저 열심히, 될 때까지 하는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냐고 세상은 타고난 성정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일에 부딪히며 일을 배우고 많이 넘어진 경험들이 지금의 강인한 나를 만들어 준 게 아닐까.(p.67)

사업을 하다 보면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 분명 많은데 많은 위로를 받은 문단이다. 자신의 사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어쩌면 타고난 게 아닐까, 나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고뇌하던 수많은 밤. 이은정 대표도 그런 고민을 했던 흔적이 드러나는 글이었다. 타고나는 게 아니라 도망갈 곳 없어 될 때까지 무작정 방법을 찾아 하나씩 해결을 하다 보니 결국 이 자리까지 와 있을 수 있는 법. 정말 수없이 넘어지고 눈물 짓던 그날들에 대한 회상을 하며 허허 웃음으로 넘겨보기로 마음 먹고 또 다른 시련이 와도 잠시 흔들리고 무너지겠지만 끝까지 버텨 보자고 마음 먹는다.

나는 어떤 상황에도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불편하더라도 약간은 감수하고 나를 적응시키는 편.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자신의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나와는 다르게 불편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어야 된다는 생각을 이은정 대표를 보면서 느꼈다. 불편을 뛰어 넘어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힘든 타고난 창의성이나 열정이 뒷받침 되겠지만 결국 불편을 기민하게 포착하고 더 좋은 걸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 끊임없는 노력과 투지가 있어야만 좋은 사업의 시작점이 된다고 느낀다. (물론 유지, 관리는 또다른 추후의 문제)

내게 자기계발서로도 읽혔지만 그 이상의 따뜻함과 포용력을 가진 에세이로써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혔다. 많은 위로가 되었고 무너지지 말고 더 단단히 버텨보자는 힘이 되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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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결국 브랜드는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취향을 닮아 가게 되어 있다.

🔖254. 우리는 흔히 <어떤 환경 속의 나>, <어떤 직함을 가진 나>, <어떤 관계 속의 나>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그런 꼬리표들을 모두 떼고 나면,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감정에 반응하며,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를 진짜로 마주해야 한다. 그 <나>가 분명해질수록 삶의 방향도, 일의 결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은정 #캐리온 #에피케 @epikh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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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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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직업과 완벽한 남자친구, 결혼까지 앞두고 있는 현주에게 익명의 번호로 온 연락. 11년 전 퍼펙트 호프 화재 사건이 담긴 사진 한 장. 그 사진 한 장으로 현주의 기억은 과거로 거슬러 간다.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현주의 의붓 여동생 유미는 죽었고, 유미의 죽음으로 자신의 어둡고 구질구질했던 인생이 조금은 환한 길의 시작점이 되는 계기가 되어주긴 했다.

예쁘고 똑똑한 현주는 시궁창 같은 인생을 반드시 벗어나고자 한다. 학창시절 변변치 못한 행색의 아저씨가 자기보다 두 살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대뜸 새아버지 자리로 들어오게 된 게 죽을 만큼 싫었다. 눈치 없고 애정결핍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유미도. 그런 사람들을 가족이랍시고 데려온 엄마까지 싫다.

공부에 몰두해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입학금이 없던 그 시점에 새아버지가 유미 학원 등록을 부탁하며 현금카드를 주었고, 카드에 들었던 현금에 순간 탐이 났던 현주는 위험한 공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미를 호프집으로 보냈고 마침 그 날 화재 사건으로 유미는 죽었다. 기사로 유미의 죽음을 확인한 현주는 현금카드를 자신의 대학 입학금으로 쓰기 위해 미련없이 동네를 떠난다. 동생의 죽음 따위 약간의 죄책감은 들었지만 조금도 슬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제 눈부신 미래만이 현주 앞에 기다리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어 읽는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책의 제목은 겉으로 봤을 땐 현주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지만 안전하지 않은 시설이라고 해서 마침 그날 사고가 난 게, 유미가 목숨을 잃은 게 오로지 현주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고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진짜 해당 되는 걸까?

책을 읽으며 과거의 기억에서 '그때 이러지 않았다면', ' 저때는 이렇게 했다면'을 끝없이 되뇌고 고통스러워하는 현주의 모습에 숨이 막히게 답답하기도 했다가 현주를 고통에 빠지게 내버려둔 그 아이는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되묻고 싶어졌다. 현주가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현주의 죄를 부풀리고 과장하여 자신이 덮어 뒀던 진실을 '너의 행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릴 기회가 없었던' 거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 너무 어의가 없었다.

하나의 상황에서도 사실은 여러가지 숨은 이익 관계가 있을 수 있고, 그걸 자신만의 방향에서만 판단하는 게 완벽한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 잘 알겠는데 이야기가 돌아가는 낌새가 속 답답하고 마음에 들진 않았다. "니가 더 나빠 이년아"라고 해주고 싶었다ㅋㅋㅋ 다 읽고 나면 모두가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던 나쁜년놈들 뿐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조금 피폐해진 것도 같아... 하지만 빠져들 듯 순식간에 읽어 내려 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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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왜 있잖아, 진실이란 건 항상 모르느니만 못하다는 거. 그래서 사람들은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하다는 말을 하고 살잖아. 사실 우리는 다 속고 사는 게 아닐까? 그걸 깨닫기 전까지 속았다는 걸 모를 뿐이지.

#기윤슬 #미필적고의 #한끼 #오팬하우스 @hanki_books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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