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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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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나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저 남들 다 가는 전시 몇 번, 가볍게 읽은 책 몇 권. 

관련 지식도 얕고, 당연히 작품을 보는 눈도 없다시피.

어차피 예술엔 정답이 없다는 말로 자위하며 

남들이 명작이라고 한다해서 나도 좋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어줍잖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을 뿐.


물론 책을 읽었다고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은 아니지만;)

르네상스 미술을 꽃피운 시대. 작가들.

이전의 신을 중심으로 보던 시각을 점차 인간 위주로 가져오는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고,

배경, 색상, 구도, 조광, 인물의 표정, 몸짓 등이 의미하는 너무도 다양한 상징과

또 그걸 해석해내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다.


익숙한 작가는 물론이고 생경한 작가까지 그들의 삶과 소소한 정보,

그림체를 특정짓게 된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라파엘로의 그림체를 선호하는데 이 책으로 알게 된 '필리포 리피'의 그림도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따뜻한 시선을 좋아하는 취향이었나.. 새삼 생각하기도 했다.


작가가 애호하는 작가나 그림도 궁금하다.  

글의 마무리나 에필로그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정여울 작가의 표현대로 '나의 눈으로 예술을 보는 주체적 힘'을 기르는 씨앗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호기심 어린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이들은 잘 받아들이는 것을 선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생각하고 깨닫는 것을 선으로 여겼죠. 그렇게 르네상스 미술은 인간 지성을 탐구하는 미술이 됩니다. 동물의 움직임, 빛에 비친 그림자의 각도, 식물의 줄기에서 황금비율을 계산했고, 인간이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 물음이 결국 인문학에 대한 깊은 사색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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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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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누구도 통쾌하지 않다.

30년 전에 일어난 사건. 15년 전의 사건. 그리고 현재.

15년 전의 비밀을 묻으려 떠난 여행길이 30년 전의 비밀을 파헤치는 계기가 된다.

 

내가 믿고 있는 진실과 객관적인 사실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을까.

작가는 플라톤의 동굴론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그림자는 단지 허상일 뿐이라고 진실을 알려줘도, 동굴 속에 갇혀 여전히 그림자만을 바라보던 이들에겐 일개 미친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각자가 아는 단편적 사실만을 붙잡고 그것이 진실이라 고집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감췄던 아버지. 그로 인해 쌓인 오해들.

주인공은 아버지와, 누나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오해를 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그 자신 역시 같은 이유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진실을 끝까지 숨기는 건 얼마나 큰 죄일까.

주인공은 반문하지만, 결국 진실이 밝혀졌을 때도 그의 죄의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럴 사람이 아니다. 혹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미명 아래 두려움을 숨기고, 의심을 삼키고, 신의 뜻을 들먹이며, 침묵을 고수했지만 결국은 모두 손댈 용기가 없었던 것일 뿐.

 

제목 [용서받지 못한 밤] (한글판에 국한되지만)의 용서받을 사람은 누구일까. 용서할 사람은 누구일까.

의도가 선하면 그로 인한 결과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후지와라 3대는 서로가 모르게 서로를 지키려 했을 뿐이다. 타인이 그 의도를 재단 할 순 없지만, 그 결과 또한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이 가족이 짊어진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지역의 축제라는 독특한 배경에 대를 잇는 비밀이 더 미스터리하게 다가오고 꼬아놓았던 실타래가 빠짐없이 풀릴 때는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다만 그 방식이 모든 등장인물이 나와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알려주는 구조라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어떻게 했는가. 딸의 인생을 지키려고 했다. 몰라도 되는 일을 영원히 알지 못하게. 기억에서 지워진 행동을 영원히 떠올리지 못하게. 대체 그건 어느 정도의 죄일까. 이미 벌어진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지도 않는다.
진실을 끝까지 숨기는 건 얼마나 큰 죄일까.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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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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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작품을 읽고 자신이 정상가족에서 자라났고, 정상가족을 이루고 있다 단언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자녀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훈육을 했을 뿐, 학대는 차치하고 체벌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았을 부모가 대다수일 것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맞을 만한 짓'이란 말로 이루어지는 체벌은 모든 학대의 시작이 된다. 과연 상대가 성인이라 해도 그리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일까. 부모-자녀간 힘의 차이, 권력의 불평등에서 아이는 부조리한 사회를 배운다. 그 자신 권력의 구조를 내재화한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근대화를 이루며 사회안전망의 역할은 간과되었다. 그 결과 사회안전망은 불신하고 사적안전망에 기대다보니, 아이의 처결권?이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하여 훈육을 넘어선 폭력, 학대라는 부작용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또한 출산/양육의 문제 역시 개인에게 떠넘겨 그 부담이 오롯이 개인. 특히 어머니에게 집중되는 상황은 정상가족이든 비정상가족이든 출산 자체를 기피하게 만든다. 설사 출산이 이뤄진다 해도 가정에 과부화된 책무는 다시 아이에 대한 방치나 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같은 문제이다. 사회가, 국가가 그 책임을 방치하지 않고 공적 해법을 도입하고 제도를 마련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많은 인내, 변화의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지난 책이 불과 4년 전이다. 4년간 사회는 큰 변화를 이루었다. 정책과 규범을 제대로 세운다면 시민들의 의식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믿는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 P10

가족 내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치외법권적 ‘천륜‘의 영역이 아니며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제재 대상이어야 한다. 비대한 국가를 선호해서가 아니다. 공공의 개입이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양자들이 가족 안에 있기 때문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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