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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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누구도 통쾌하지 않다.

30년 전에 일어난 사건. 15년 전의 사건. 그리고 현재.

15년 전의 비밀을 묻으려 떠난 여행길이 30년 전의 비밀을 파헤치는 계기가 된다.

 

내가 믿고 있는 진실과 객관적인 사실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을까.

작가는 플라톤의 동굴론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그림자는 단지 허상일 뿐이라고 진실을 알려줘도, 동굴 속에 갇혀 여전히 그림자만을 바라보던 이들에겐 일개 미친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각자가 아는 단편적 사실만을 붙잡고 그것이 진실이라 고집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감췄던 아버지. 그로 인해 쌓인 오해들.

주인공은 아버지와, 누나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오해를 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그 자신 역시 같은 이유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진실을 끝까지 숨기는 건 얼마나 큰 죄일까.

주인공은 반문하지만, 결국 진실이 밝혀졌을 때도 그의 죄의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럴 사람이 아니다. 혹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미명 아래 두려움을 숨기고, 의심을 삼키고, 신의 뜻을 들먹이며, 침묵을 고수했지만 결국은 모두 손댈 용기가 없었던 것일 뿐.

 

제목 [용서받지 못한 밤] (한글판에 국한되지만)의 용서받을 사람은 누구일까. 용서할 사람은 누구일까.

의도가 선하면 그로 인한 결과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후지와라 3대는 서로가 모르게 서로를 지키려 했을 뿐이다. 타인이 그 의도를 재단 할 순 없지만, 그 결과 또한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이 가족이 짊어진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지역의 축제라는 독특한 배경에 대를 잇는 비밀이 더 미스터리하게 다가오고 꼬아놓았던 실타래가 빠짐없이 풀릴 때는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다만 그 방식이 모든 등장인물이 나와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알려주는 구조라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어떻게 했는가. 딸의 인생을 지키려고 했다. 몰라도 되는 일을 영원히 알지 못하게. 기억에서 지워진 행동을 영원히 떠올리지 못하게. 대체 그건 어느 정도의 죄일까. 이미 벌어진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지도 않는다.
진실을 끝까지 숨기는 건 얼마나 큰 죄일까.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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