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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의 확률
이묵돌 지음 / FIKA(피카) / 2020년 9월
평점 :
사랑을 많이 해본 사람만이 연애를 잘 할 확률이 높다고들 한다. 나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 말이 항상 옳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마다 연애의 온도, 나를 바라보는 깊이가 다를텐데 많이 해봤다고 해서 계산이 딱딱 이루어지는 수학같은게 아니니까. 주인공도 사랑보다 수학이 더 쉬운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이 책에서는 사랑은 언제 어떻게 빠지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 그만큼 의미 있고 그만큼 확률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주인공 민혁은 B대학 수학과에 다니는 말 그대로 공부만 열심히 한 범생이이다. 즉 지금까지 제대로 사랑을 해보지 않고 살아왔다. 연애를 해보지 않아서 걱정된 엄마가 휴학시키고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자리에 가보라고 한다. 그리하여 민혁은 몇명의 여자들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의미없는 유희에 빠지기도 하고 방탕하게 보내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잡으려 했던 여자와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다 읽고 나서 보니 민혁의 성격이 많이 변화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딱딱하고 어려운 공학책과 그나마 나은 고전 문학밖에 좋아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먼저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고 고백했으니 말이다. 원나잇하고 다닐때는 이게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정도로 잠이 확 깼다.
느낌있던 부분은 첫 여성과 사귀면서 '차라리 단 한번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일 없었던 사람인 편이 나았어' 같은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연애를 하면서 점점 수렴하는 정도가 평균을 밑돌았다고 했는데 그만큼 온도가 미적지근해져가고 싸우고 다시 만나고를 반복하고 그렇게 헤어지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