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박지음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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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순간 여행 산문집인가 생각했는데 소설집이였다. 표지에는 노을을 바라보는 여자의 뒷모습이 있는데 이 여성의 모습이 여기 인물들의 마음을 투영시켜 주는 것 같다. 고독함, 슬픔, 답답함일까, 담담히 생각을 정리하는 것일까. 여러 이야기를 읽었지만 '거미의 눈' 이라는 이야기가 처참한 것 같았다.


학부모 보안관을 하던 주인공은 초등학교 다닐 때 자신에게 성희롱을 했던 남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한 짓을 다른 학부모들에게 얘기해 퍼졌고 남성과 마주하게 된다. 그 남성은 주인공의 아들이 성추행한 라희의 아빠였고 아들이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라희 팬티 속을 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주인공은 충격에 빠진다. 역으로 남성과 주인공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퍼져버렸고 라희와 남성, 주인공은 마주친다.







주인공이 학교에서 그런 사건을 겪었던 무렵, 뒷산에서 혼자 놀았었는데 어른이 되어 가본 그곳에서 거미줄을 헤치고 거미를 발견한다. 그때 본 거미의 눈에 비친 모습은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이 당하는 걸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남자애를 방어해주는 말을 했다. 그 시절에는 성에 대해서 지금보다 폐쇄적이고 성구별도 이상하게 되었던 때라 주인공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할 수 있었다. 거미의 눈에서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이 떠올라 서글퍼졌을 것 같다. 처음에 주인공은 남성에 대한 소문이 점점 커져 나돌 때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남성이 먼저 주인공을 그렇게 함부로 대했기 때문에 암말 하지 않은 건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는 소문이 이상하게 퍼져서 남성이 불쌍했다. 그러나 성폭력은 남성의 자식이 당하게 되었고 얽히고 설킨 거미줄처럼 되었다. 마주한 세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용서할지 끝까지 저주할지 내 나름대로의 상상을 해보았다.

여성이라면 가질 수 있는 문제 직장에서 경력 단절, 이혼 문제, 애엄마로서 사회에서 비춰지는 모습 등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대체로 미완인 채로 끝나는데 아마 독자들의 상상력을 끌어내기 위함이라 생각할 수 있다. 작가의 문체가 사건을 명확하게 보여주거나 하지 않아 나랑 조금 맞지는 않는 듯 했다. 그래도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그들은 다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구석을 가지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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