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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평점 :
방송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때문에 내용을 다 알아버렸긴 하지만 나는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해서 책을 읽어보았다. 흔히 우리는 소인국과 거인국 사회에 들어간 걸리버 이야기만 알지 그 다음부터는 잘 알지 못하는데 읽어보고 나서 큰 충격에 빠졌다.
걸리버는 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항해를 하다 소인국 릴리퍼트, 거인국 브롬딩랙, 등등 여러 나라를 가다 휴이넘과 야후가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사회풍자하려는 요소가 보였다.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에 있으면서 크기란 것이 상대적이라고 느끼고 거인국에서 그 나라에서 난쟁이인 사람이 더 작은 걸리버가 나타나니까 괴롭히는 모습이 있었다. 소인국에서 외줄타기로 관직을 따내는 모습, 거인국에서 왕족과 귀족들이 먹는 모습을 탐욕스럽게 묘사해 인간의 욕망을 풍자한 것으로 보였다. 영국의 사회상, 법, 제도 등 사람들의 생활을 얘기할 때 왜 이렇게 악랄하고 잔인한지 휴이넘이 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걸리버가 말하길 이 시대 영국은 살인, 약탈, 방화, 절도 등을 일삼는다는 추악한 면을 알려주자 휴이넘은 이런 것들이 인간 본성이라는 게 믿기지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묘사로 미루어 봤을 때 걸리버는 단순한 판타지 기행문이 아니라 세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자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걸리버는 휴이넘과 만나고 나서 사람들을 대할 때 혐오스러워했고 심지어 가족들에게 대면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자기 자신을 거울을 쳐다보는 것조차도 기피했다. 여행할 때마다 후유증이 남아있는 편이었지만 휴이넘 여행에서 돌아와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실망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책임져야 할 가정도 있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생활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세상과 단절되어서 살아간다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휴이넘에 비해 인간은 존재가 악하고 더럽다고 여겨도 함께 어울리면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보려는 노력을 해봤어야 하는 게 더 옳은 행동이라고 본다. 자신이 휴이넘에게 얻은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도 그를 훌륭한 현자로 명성을 높일 수도 있을 법한데 단순히 인간 자체에 극심한 혐오감이 생겨버린 건 무척 안타까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