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소녀의 여행
멜라니 크라우더 지음, 최지원 옮김 / 숲의전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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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투명' 소녀의 여행. 이 투명이라는 말은 주인공 마린에게는 엄청 익숙하면서도 자신임을 깨닫게 하는 규칙이었다. 위탁 가정을 왔다갔다 하며 그녀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고 위탁 가정의 부모를 여러 번 거치면서 그들에게 자신은 투명한 존재라고 인식해버린것이다. 또,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을 수 있는 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을게다. 엄마가 남긴 저금통과 책 『주역』을 가지고 다니면서 엄마를 그리워했고 버린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자신의 존재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투명하다고 표현한 점에서 이 아이가 안주할 곳이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이 왔다갔다 하면서 소녀의 여정을 보여준다. 마린은 위탁 가정에서 자신을 진정으로 받아줄 수 있는 부모를 찾지 못했고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져 갔다. 아동보호국 소속인 길다가 의사인 루시를 연결해줘서 마린은 루시와 함께 지내게 된다. 식사 시간에 둘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고 마린은 자기를 받아주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러 냉대했다. 하지만 루시는 끝까지 마린을 살펴주고 친절하게 대해 주면서 마린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루시가 근무하러 가고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 엄마 친구와 만나고, 엄마가 있는 곳의 힌트를 찾았고 그곳에서 엄마를 만나게 된다. 엄마가 더 이상 자신을 키우지 않으려는 걸 알게 된 마린은 루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깨진 저금통에서 엄마의 소원이 담긴 쪽지를 발견하고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마린을 버린 엄마가 책임감 없이 일을 저지른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마린과 마주쳤을 때 엄마는 어떤 기분이였을까? 마린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묘사했었는데 어쩌면 여기까지 찾아온 마린이 놀라웠을 것이고 자신보다 더 좋은 부모님과 잘 살지 왜 버린 나를 찾아왔을까 하고 생각했을까. 소원의 쪽지를 보고 모든 의문이 풀렸다. 마린을 정말로 사랑했고, 자신과 마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항상 마린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뇌와 싸워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앞부분에서 무책임하게 떠난 것 같아 보였어도 그 이면에는 마린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린이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부모님처럼 사랑해주는 루시를 만났고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엄마와 만났을 때 눈물이 날 뻔했다. 엄마에게 맞설 수 있을 만큼 강해졌고 생각보다 걱정스럽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세상으로 여행하는 것은 힘들어도 참고 나아간다면 그건 위대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사랑을 받은 마린이 부엉이를 받아들임으로서 한층 더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줄거리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위탁 가정에 대해 희망을 주기 위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잘 녹아있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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