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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으로 분류되는, 결혼하지 않을 여성의 경우 어디까지 순위가 밀리는 것일까. 국가의 주거 정책들을 읽어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왔다. ‘자녀 출생 시 임대주택 평형 확대’라는 추가 옵션을 보면 마음이 아득해졌다. 그건 결국 "아이를 낳아 봐. 집을 넓혀줄게."라는 말이었으니까.

"그래, 나는 거대한 게임을 하는 거야. 2년간 나라는 캐릭터에 재료를 합성해서 강화하고, 열심히 몬스터를 잡아 캐시를 벌고, 레벨 업과 전직을 한 뒤 다시 붙는 거야."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집을 찾던 노력이 헛되지 않게 그 집을 ‘사람 사는 곳’처럼 만들 것. 둘째, 2년 뒤 열릴 새로운 퀘스트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레벨 업할 것

<천에오십반지하>는 한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모부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기 위해 집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영화가 던진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할 무렵의 청년이 오롯이 자기 혼자 힘으로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여성은 남성보다 40%를 덜 벌고 취업 기회 자체도 남성들과 비교하면 적은 데다가 경력 단절의 위험은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매달 들여야 하는 주거비까지 훨씬 많이 지출해야 한다니. 그렇다면 도대체 여성은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살 수 있을까. 국가는 여성을 계속해서 가난한 상태로 방치시키면서까지 이뤄내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이제는 그 답을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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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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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내용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 기분 좋은 에세이였다. 생각을 현실화 시키는 것, 쉽게 생각하기 어렵지만 이런 글들을 읽으면 가능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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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뒤 나의 20대를 되돌아보면 매년 다른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대학원에 잠시 발을 담갔다가, 모 회사의 인턴을 하다가, 난데없이 베트남을 종주하는가 하면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를 배우더니 공연장에서 VJing(다양한 영상 소스들을 실시간으로 믹싱하는 기법)을 하고, 웹툰을 그리더니 유튜브를 하고, 이제는 옷을 만들며 칵테일까지 제조하고 있다. 어렸을 때 나의 아킬레스건은 단연코 ‘할 줄 아는 건 많은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였는데 커서도 똑같은 것 같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재능과 경험을 가진 인재이나, 나쁘게 말하면 일을 빨리 갈아치우는 참을성 없는 인간이 바로 나다.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일을 하겠다고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은 예상 외로 정말 길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 이 일을 했을 때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한꺼번에 계산하며 득과 실을 따지는 편이다. 추진력이 좋은 것과는 별개인데, 함께 일하는 사람을 답답하게 할 만큼 길게 고민하기도 한다. "잠깐만 시간을 줘."라고 말한 뒤 멍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한번 일을 시작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강을 건넌다. 뛰어든 일의 미래와 성공할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한 수 미뤄두고, 하기로 한 데까지는 무조건 해보는 것이다. 실로 많은 것들이 이러한 ‘일단 해보자.’라는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이 단순한 운이었나? 되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NO’이다.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을 밟는 매 순간에는 최선을 다했다. 자막과 CG를 할 수 있는 한 정성스럽게 만들었고, 채널 인트로도 화려하게 제작했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너무 두려워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하는 대답은 한결같이 "일단 해보세요."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은 보통 실패에 대한 압박과 두려움을 가지고 자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만 해도 누가 직접 심어준 압박이 아니었음에도 ‘내 인생에 재수는 없다.’라는 사명감으로 고등학교 시절 내내 수능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안고 살아갔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데 큰 힘을 쏟은 기억이 있다. 나 말고도 숱한 여성들이 그랬을 것을 알고 있기에, 일단 해보라는 말은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

인간의 삶에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는 것은 분명한 축복이다. 다만 그 다양성에 열의 없는 실패를 누적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했으나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실패와 입으로만 열심히 하겠다고 외치며 필연적으로 걷는 실패의 길은 전혀 다른 성장의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믿는다. 반복되는 실패에 익숙해지면 인간은 무력해지며 결국 새로운 일을 도모할 동력까지 잃어버린다.

일단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해보자는 것. 그리고 열심히 해보자는 것. 앞으로 남은 긴 인생에서 이 단순한 문장을 놓치지 않는다면 어떤 새로운 일도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얼마나 더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기대하는 요즘이다.

우리가 지금 꿈꾸는 이 모든 것이 10년 뒤, 20년 뒤에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임을 안다. 복합 문화 공연을 꿈꾸던 우리는 2020년 결국 우리의 자본으로 공연과 전시가 융합된 복합 전시를 만들어 냈으니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깨닫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을 소위 ‘빨간약을 먹었다, 각성했다’라고 한다. 2016년 이후 빨간약의 재료들은 많은 곳에서 넘실거렸다. 특히 한국은 온라인상에서 각성하는 여성이 많았다. 그러나 각성 이후의 선택지는 너무나 부족했다. 많은 정보가 인터넷 안에서 활자로만 존재하다가 사라져버렸고, 그 동력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사람들에게는 인터넷 댓글이 아니라, 여성 혐오를 걷어낸 채 대화를 할 수 있는 진짜 친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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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은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고 말했다. 늘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는,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넘어, 자신의 길을 따라 끊임없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현대의 인간이라고 본 것이다.

‘디폴트립’이라는 단어는 사회적 여성성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는 여성을 뜻하는 ‘디폴트 인(人)’에 ‘Trip’을 합성한 말이다. 디폴트(default value)라는 말은 기본값을 뜻한다.

왜인지 그 바보 같은 여권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에 많은 귀감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평생 들어온,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문장이 마치 처음 듣는 말처럼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내가 가진 금전적 상황이 지금껏 나의 가능성을 얼마나 축소해왔는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단순히 여행뿐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것을 내 통장 잔고가 결정해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앞서 말한, 적은 예산을 들이길 선호하는 나의 성향은 늘 어떤 상황 앞에 돈과 경험의 가치를 저울질하게 했다.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내렸던 결정들도 결국은 그때그때 내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았을지.

머리카락 길이에 따라 여성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며,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의 삶이 고꾸라지지는 않는다. 25살이 넘는다고 여성으로 사는 삶이 꺾이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여자는 원래 그런 거야."라고 정해진 원칙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앞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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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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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받아 찜해두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3월, 예정에도 없던 5km 마라톤에 출전한다. 그의 꾸준함은 요즘의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고 남과 경쟁하지 않아도 좋다. 위로같지 않고 위로 같은 말이 무언가를 계속할 용기를 내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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