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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단언컨대 올해 읽었던 책 중에 최고다. 문장이 아름다워서라거나, 뭔가 거창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지금껏 고민해 왔던 것들, 그리고 바꾸어 나가고 싶던 것들이 이 책속에 있어서다. 문제에 대한 원인 규명도 나와 있고, 그 해법도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으니 이쯤되면 최고의 책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일본에서 편집자이자 중도 미니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사사키 후미오가 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책 표지부터 지은이의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가구와 치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빈 방을 환한 햇빛이 가득 채우고
있다. 넓은 여백은 맥북 에어 하나와 안경, 지갑, 그리고 정갈하게 세탁된 이부자리가 딱 필요한 만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흡사 갓 이사 와서 아무 것도 없는 자취생의 방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방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수많은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확실히 그렇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사진들을 통해 이 책의 지은이
사사키 후미오가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아 참 좋았다. 사사키 후미오는 마치 나의 판박이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과거의 추억 또는 언제일 지 모를 미래의 단 1%의 효용성 때문에, 혹은 너무 비싼 값을 치뤘다는 후회 때문에 집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것들. 작은 무엇이라도 간직해야만 하는 묘한 강박증으로 인해 공간은 협소해지고 우리의 삶도 덩달아 피폐해진다.
누구나 태어날 때 아무 것도 손에 쥐고 오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는 것을 전제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물건은 왜 점점 늘어만 가는 것일까. 물건을 늘리는 이유를 알면
물건을 줄일 수도 있다고 지은이는 진단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물건이 끊임없이 늘어나는 이유는 익숙함과 싫증 때문이다. 갖고 싶어 하던
물건을 손에 넣었지만 금방 익숙해지고 싫증이 나게 되고, 곧 다른 자극을 제공하는 새로운 물건이 갖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물건에의 소유욕은
결국 내면의 가치를 물건을 통해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착각이 그 바탕에 있다고 사사키 후미오는 지적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문제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는 방법에 있다. 사람의 가치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쉽게 눈으로 드러나는 외모와 같이 겉으로 보이는 가치도 있지만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약점이 있다. 배려심, 지적 능력, 창조성, 인내심 등과 같은 내면의 가치는 한계도 없을 뿐더라 그 가치를 가꿔 나가는 보람이
있지만, 남에게 알리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면을 물건으로 드러내려 한다는 것이다. 물건이 곧 '나' 자신이라는 착각에
빠져 물건 자체의 쓰임새 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남에게 알리려는 목적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됨으로써 물건이 너무 많아지게 된다. 너무 많아진
물건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결국은 물건의 가치가 자신과 동등해지고 심지어는 물건이 주인이 되어 버리는 파국을 접하게 될 수도 있음을 이
책에서는 경계하고 있다.
이를 우려한 지은이는 친절하게도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가지와 더 버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15가지 방법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들이다.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잃는 게 아니라 얻는
것이다. 버릴 수 없는 게 아니라 버리기 싫을 뿐.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버려라 등등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해법들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을 가르쳐 준다 한들, 그리고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을 통해 얼마나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느냐 하는 것들을 설득시키려 한들, 우리 자신이 변화하고, 현실에서 구체화 시킬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제는 작은 것부터 버려 보려 한다.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미니멀리스트가 나도 되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