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 내 집 짓기 - 20평 땅만 있어도 큰 집 지을 수 있다!
주부의 친구 지음, 이중원 감수 / 로그인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내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하고 싶냐고? 난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남은 세상에서 그 꿈을 이룰 가능성도, 다시 태어날 가능성도 높지 않겠지만 죽기 전에내 마음에 드는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은 내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여전하긴 하지만 몇해 전 내 집 짓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살기 편하다는 아파트를 버리고 나의 개성과 취향을 살릴 수 있고, 편안한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을 직접 창조해 낸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작은 땅 내 집 짓기'라는 책에 실려있는 스물 일곱 채의 집 속에는 수많은 이들의 꿈들이 현실로 표출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삶에 맞춰 내가 꿈꿔오던 단독주택을 직접 지은 일본의 평범한 27가족의 집을 구경 가다! 책 표지에 실린 소개 글이다. 일면 맞는 말도 있는 것 같고 아닌 것도 있다. 건축비며 인테리어 비용을 합친다면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부담되는 경제적 비용이 드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디자인도 중요하고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며, 그 집이 놓여질 땅과 주변 풍경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도 필요하다. 필요한 재능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건축가 중에 유독 시인이나 화가 등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나 철학적 깊이를 지닌 분들이 많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 하다.

책의 프롤로그에 소개된 글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지은이는 "주인 손길이 고루 미쳐야 사람 사는 집"이라 얘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모두가 같은 모양으로 무책임하게 설계된 집에 살면서 보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꿈꾸는 현대 도시인에게 더 예쁘고, 생활하기 편하고, 마음이 편안한 작은 집에서의 삶을 조용히 권하고 있다. 그들이 들려주는 '작은 집 예찬론'을 한번 들어볼까.

작으니까,
구석구석까지 정성을 들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하루하루가
풍요롭고 즐겁고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책에 소개된 27가족의 집들은 하나 같이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집 설계에서부터 세부적인 인테리어까지 구석구석에 건축가의 세심함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지나치게 자세한 소개는 마치 이 책이 소시민들에게 좁은 땅에, 그리 넉넉하지 않은 돈으로도 멋진 집을 지을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 보다는 특정 회사의 제품을 광고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한다.

이미 지어진 집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짓게 될 내 집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넣을 것은 넣고,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히 뺀다. 내 머릿 속에는 하루하루 새로운 디자인의 내 집이 지어졌다 부서진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살 희망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끝없이 계속될 꿈을 향한 상상은 즐겁고도 괴롭다. 그리하여 내 집이 완성되는 날, 내 꿈도 완성될 것이고 그 순간 내 삶도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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