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소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 부족 이슈..로 한번에 읽지 못하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읽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름도 눈에 안 익어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렇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아름다운 문장이 한가득 담긴 소설이라고.사실 파스칼 키냐르라는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문체가 너무너무 내 취향이었다. 줄거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읽어나가도 문장들을 읽는 맛이 있었다.점묘화 같은 소설이라고 느꼈다. 작은 점들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을 이루듯이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큰 그림을 형성했을 것이다. 비록 나는 읽어내지 못했지만⋯. 언젠가 재독할 기회가 있다면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어야겠다. 그땐 숲을 볼 수 있지 않을까.무엇보다 기뻤던 수확은 음악이었다. 을유문화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상의 모든 아침 OST>와 <Froberger: Complete Fantasis & Canzonas>라는 음반을 알게 되었다. 『사랑 바다』와 찰떡이었던 건 물론이고 노래 자체가 너무 좋았다. 바로크 시대를 간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당장 들어보시길⋯ ⋯.-여자들은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아요. 기다리죠. 그래요. 기다리는 것, 이것이 바로 여자들이 하는 일이에요. 여자들은 선박이 아닌 무언가를 기다려요. 화물이 아닌 무언가를 기다리지요. 여자들은 눈길 끝은 결코 귀환을 찾지 않고, 반복을 찾지도 않아요. 그들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도래를 기다려요. 그것이 여자들의 삶이죠. (42쪽)바다가 감추고 있었던 그 땅 혹은 바위는 더없이 순백하고, 놀랍도록 새로우며, 진정 온전하고 순수했다. 모든 걸 내려놓게 되는 기이한 마음 가짐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튈린과 함께할 때는 모든 것이 이런 내려놓기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모든 것이 포기였다. 아니, 모든 것이 심지어 방종이었다는 말이 더 믿을 만하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다. (62쪽)그녀는 음악을 사랑했고 음악이 낳는 고통에 오롯이 몰두했다.이 두 가지가 그녀의 열정이었다. 바다를 뺀다면 말이다. 그녀는 세상 끝의 군도에서 온 사람이었으니까.아니다. 그녀는 죽음에 대해 절대적인 두려움을 품 기도 했다. 따라서 네 가지 색이 꾸려지게 된다. 사랑, 바다, 음악, 죽음. (94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암실문고 #소설 #소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