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등장하는 ‘나’, 그러니까 각각의 소녀들은 주변 어른들에게 ‘유난스럽고 특이한 아이’로 여겨진다. 정말 미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녀도, 정신적 이상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은 소녀도 존재한다. 소녀들은 다른 듯 닮아 있다.그러나 소녀들보다 더 이상한 건 어른들(특히 남성)이다. 아버지는 소녀를 향해 손을 들어올린다. 할아버지는 소녀의 뺨을 때린다. 예술가는 ‘검은 천에 강제로 눕혀진 살구색 알몸의 여자 둘이, 온몸 여기저기에 칼집이 난 여자 둘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소녀들에게 보낸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그림 속 여자들은 귀신 들린 듯이 입을 쩍 벌리며 그가 원하는 대로-그의 판타지에 맞춰- 귀염성 있게 떠들어줄 것 같았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소녀들)의 투쟁을, 공포를, 두려움과 슬픔을, 그 모든 절박한 성장을 믹서에 갈아 넣어 통째로 들이마시며 흥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히 우리의 생을 자위 도구로 전락시키려고, 이제야 겨우 자신만을 위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여자애들의 앞길에 고약한 정액을 뿌리려고‘.정말로, 미친 건 소녀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너무 폭력적인 어른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한 방어 기제일지도.‘어린 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녀들의 환경은 매우 끔찍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매일 훌륭하게 살아남”는다. 기이하고 선뜩한 소설 속에서 소녀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오래오래 이어지길, 그리하여 자신만의 결結을 보기를 응원하게 만든다.🫀바다 건너 저 미국에서도 백인 여자의 인권보다 흑인 남자의 인권이 우선이다. 그게 세상이다. 미국이 그렇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니들은 지금 내 말을 이해 못한다. 한데 말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도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보다 먼저 투표권을 가지 게 되었단다. 두고 봐라. 미국 대통령 자리에 백인 여자보다 흑인남자가 먼저 오르게 될 거다.그때서야 니들은 내 말이 생각날 거다. 니들은 니들이 이대 나오고 똑똑하고 능력 있으니 니들이 세상을 다 바꿀 수 있을 거 같지?세상의 모든 남자들 너희보다 훨씬 못한 남자들까지 다 구제된 다음에 너희 인권이 구제가 될 거다.그게 지구의 역사였다.왜 그렇게 되냐면 여자는 너무 착해. 그렇게 착하도록 교육받았어. 착하게 길러졌어. 자기 이익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교육받았어. 니들은 니들 이익을 주장하기 전에 니들 자신을 스스로 검열부터 한다. 그래서 니들은 공격성이 떨어져. 이화여대 진덕규 교수님이 2003년에 쓰신 글이라고 한다.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다. 소설 속 소녀들의 투쟁을 보며 진덕규 교수님의 글이 생각났다. 공격적이고 쟁취적인 여자아이들은 왜 유난스럽고 예민하다 취급 받는가? 착하고 지고지순한 여자보다는 독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