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
페터 슈탐 지음, 임호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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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있소, 편차가. 오류들이 있지. 우리의 삶을 우선 가능하게 하는 비대칭들 말이오. 언젠가 물리학자와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소. 그 사람 설명에 의하면, 전 우주는 작은 오류, 즉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작은 불균형에 근거해 있다는 것이오. 이런 불균형은 틀림없이 빅뱅 때 생긴 거라고 하오. 이런 오류가 없었다면 물질과 반물질은 이미 오래전에 상쇄되어 우주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거요. 그렇담 아주 작은 오차가 배가된다는 말씀 아닌가요? 레나가 물었다. 선생님과 막달레나가 그 당시 내린 결정과 그 사람이나 제가 내리는 결정이 다를 경우, 그 결정은 계속해서 다른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말씀인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내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고 항상 원래의 길로 다시 되돌아오게 돼 있소. 당신의 행위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 외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오. 어떤 작품이 여러 연출가에 연출될 경우와 마찬가지요. 무대가 달라지고 심지어 대사가 바뀌거나 축소되어도 줄거리는 변함없이 진행된다는 것이오. (91-92쪽)

신기한 일이다. 내 생애에서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해[年]들이, 흔적 없이 지나간 것 같은 해들이 있다는 게 말이다. 심지어 내 생애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사건,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사건은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없었고, 거기에 관여하지도 않은 것같이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하찮은 사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건이 20년, 혹은 30년이 흐른 어느 날 마치 내가 방금 경험한 사건처럼 생생하게 기억날 때가 있다. (177쪽)

사람들은 그들이 인사에 답례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 죽어도 애석해하지 않는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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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모순의 연속인 것 같다. ‘다정스러운 무관심’처럼. 그런 모순들이 모여 세상은 굴러간다.
그건 답이 없는 질문 같고, 문학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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