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솔아의 소설은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초파리 돌보기」로 처음 접했다. 그때의 기억이 꽤나 강렬해서 신작의 티저북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자마자 신청했다.

정식 출간본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내가 받은 티저북은 2부가 실려 있었다. 2부는 ‘우주’의 이야기이다.

우주는 고등학교 동창인 선미를 만나며 자신의 성적 지향을 깨닫는다. 그러나 우주를 향한 선미의 시선은 “네가 남자였다면 좋았”겠다는 데에서 그치고 만다. 새로운 남자친구들을 만나는 선미의 뒤에 서서, 우주와 선미는 ‘연인’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소설을 읽는 내내 레드벨벳의 노래 ‘Psycho’가 생각났다.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면서 ‘아름답고 슬픈 사이’. 우주와 선미의 관계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가사 같다.

정말 우주가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안된 거라면 선미의 마음은 뭐였을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3자의 시선으로 본 그들은 분명 우정 이상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선미가 성적 지향을 깨닫지 못한 건지, 사회적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었던 건지, 혹은 그런 태도를 취했던 우주에게 실망했던 건지. 그래서 남자를 만나는 ‘보통’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건지. 그 속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본인만이 알 것이다. 혹은 본인조차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것들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둔 듯하다.

분명한 건 헤어짐이 우주를 성장하게 했다는 것이다. 선미를 만남으로써 우주는 성적 지향을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타인을 위해 억지로 만나던 남자를 만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우주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별이었다. ‘원리를 분석’하고 수리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기어이 선택했다. 우주가 생각한 것처럼, ‘이별은 우주와 선미가 함께 만들어낸 축복이었다’.

다른 부의 등장인물인 화영, 보라, 정수의 이야기는 어떨지 무척 기대된다.

#임솔아 #나는지금도거기있어 #티저북 #북클럽문학동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