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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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 서포터즈(aka 서평단)에 당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문자를 받았을 때 되게 기뻤다. 기쁘면서도 걱정됐다. 이왕 하는 거 잘 하고 싶은데. 온 마음을 다해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읽을 때 진심이어야 했다. 억지로 읽고 쓴 글은 티가 나기 마련이니까.
이유를 명징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아니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나와 맞지 않는 글이 있다. 읽다가 자꾸 막히는 것이다. 그런 글들은 결국 읽기를 그만두곤 했다. 혹시 이 책도 그러면 어떡하나, 염려했다.
이런저런 걱정이 무색하게 『딩』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완독하는 데 두 시간도 채 안 걸린 것 같다.
다행이었다. 마음으로 읽는 데 성공해서. 그리고 이 소설을 알게 되어서. 만약 서포터즈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읽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딩』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부가 바뀔 때마다 인물의 시점도 바뀐다. 지원, 주미, 재인, 영식, 쑤언의 흐름으로. 이들에게는 사람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사람은 가족이기도, 친구이기도, 연인이기도 하며 같이 일했던 동료이기도 하다. 모두 상처와 사연을 갖고 있다.
누군가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말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지점이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한다.
소설을 죽 읽어나가면서 신기했던 건 허투루 등장하는 인물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주미의 시점에서 한 문장으로 스쳐 지나갔던 ‘외국인 노동자’가 쑤언의 동료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는 식으로. 모종의 사건들로 인해 접점 없는 이들이 연결된다. 그 과정이 그다지 작위적이지 않다는 게, 모든 인물들을 무의미하지 않게 만든 게 좋았다. 그리고 이건 대단한 거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써본 사람으로서 잘 아니까.
지원의 시점에서 엑스트라 정도로 느껴졌던 재인은 재인의 시점에서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주연이자 조연이자 엑스트라이다. 내 삶에서 나는 주연인 거고 타인의 삶에서 나는 조연이나 엑스트라인 것이다.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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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하고 발음해보면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딩― 그 소리는 메아리처럼 여러 겹으로 계속 퍼져나간다. 산책을 하며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딩 났어, 하고 중얼거리다 보니 나는 이 소설이 딩에 대한 소설이지만 딩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처를 말하는 소설도 아니고 상처를 낸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소설도 아니다. 그저 딩, 하고 가만히 말해보고 그 울림을 적어나가는 소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의 아름다움은 그 울림을 느낄 때 알 수 있지 않을까? (「발문」, 156-157p)

인물들을 떠올릴 땐 눈송이를 생각했다. 저마다의 결정으로 찬란한, 고유하고 고독한 각각의 눈송이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지상에서 만나 서로 몸을 기댈 것이다. 이 소설을 쓰면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나와 이어진 존재들을 마음으로 발견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분명히 건네받은 이 온기는, 누군가로부터 누군가를 통해 기어이 내게 도착한 것이라고.
그렇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구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단번에 일어나는 구원은 신의 일이겠지만, 인간들은 서로를 시도 때도 없이, 볼품없이 구해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작가의 말」, 171p)

윤성희 작가님이 발문을 너무 잘 써 주셨다. 작가의 말 역시 너무너무 좋다. 이 글들을 읽으며 내 감상이 무용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만….
내게 『딩』은 그 속의 배경이 폭설 내리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소설이다. 오늘 바깥의 날씨처럼. 그리고 나는 눈송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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