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계약법
진홍기 지음 / 법문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럼 계약의 성립으로 채무가 발생하면 채무를 지는 
자(채무자)는 그 채무를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채무자가 계약에서 정해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계약위반 또는 채무불이행이라고 한다)다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하게검토하겠지만 
지금 여기서는 먼저 채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가를
설명해 둔다. 원칙은 단순하다. 채무의 내용대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은 
4월 1일 오후 3시까지 대금 10만 원을 지급한다는 것을 
계약으로 정한것이라고 한다면, 매수인은 계약에서 
정한 그대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1시간 늦어도 단돈 1,000원이 부족해도 채무불이행이 
된다.

이것이 원칙이지만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가? 예를 들어 약속한시간보다 10분 늦었다. 약속한 금액에 
10원이 부족하다는 경우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채무는 
확실히 계약대로는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정도만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소란피울 정도의 
것인가. 극히 작은 지연이나 부족의 경우에는 이것을 
새삼스럽게 책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에 합치하는 
것이 아닌가. 채권자에는 그 정도의 관용은 기대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은 어쩌면 상식이
아닌지 모르겠다.

매매계약에서 미세한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을 때에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에 관해, 대법원은 P가 
위 매매계약의 가장 핵심적인 해제사유로 주장한 D가 
그 계약에 따라 1967.2.13 까지에 P에게 지급하여야 할
매매대금 중 금 11,670,000원만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금액은 P의 수차에 걸친최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급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총 매매대금이 
2,000만원인 부동산의 매매대금 중 미지급액이 불과 
105,000원일 뿐 아니라 그 미지급액에대하여 월 5분의 
지연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위와 같은 
미지급액이있다는 이유만으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71다352,353,354)고 했다. 

또한 예를 들어 4월 1일로만 정해져 있는 경우 역으로 
채무자는 그날의 밤 11시 55분경에 채권자의 집의 
문을 두드리 대금을 지급한다고 말해도 되는가. 
조금 더 상식적인 기간에 지급한다는 배려가 채무자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닌가. 

일본 상법에는 관련규정을 두고 있다(상 520조 참조).
이같이 계약이행(채무의 이행)에 유연함을 가져오자는 
사고방식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으로 1920년대 
의용민법 적용시대에 학설 · 판례에 의해 제창되어
그 후 전후의 일본 민법 개정 때에 1조 2항에 규정이 
두어졌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91다3502).

판례는 권리남용이라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97다42823)고 했다.

구체적인 예로, 판례는 송금의뢰인이 착오송금임을 
이유로 거래은행을 통하여혹은 수취은행에 직접 
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하고 수취인도 송금의뢰인의 
착오송금에 의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금원이 입금된 
사실을 인정하고 수취은행에 그 반환을 승낙하고 
있는 경우,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착오로 입금된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송금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2007다66066)하는 것이라고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