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맹가노니 - 이야기의 탄생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없던 영화 / 세상에 없던 책]
가끔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가 책으로 출간된 적이 있어 읽어본 것들이 있는데, 띠지에 적힌 소개글처럼 시나리오에 토를 단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뭐랄까 영화 제작에 대한 뒷담화를 읽는 느낌이랄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탓에 영화와 시나리오를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볼 때,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진다.

영화가 이렇게도 만들어지는구나!
완성된 시나리오도 없이, 관객을 만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저자의 글은 있지만, 어떻게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를 하고 영화를 만드는지 궁금하다. 자신들만의 확신일까? 아니면 영화에 대한 열정일까?
이번 영화도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시작된다.
기획자와 감독, 작가가 모여 대사 한줄, 지문 한 줄까지 대화와 토론을 거쳐 시나리오를 채워나간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채워지는 시나리오들의 뒷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진다.

문종대왕.
조선의 5대왕으로 세종대왕의 아들인 이항의 묘호로 알고 있었는데, 이 묘호가 세종의 묘효로 쓰일뻔한 씬(scene)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선대 임금의 묘호를 두고 정인지와 신하들간에 벌이는 설전으로 첫 씬이 시작되는데, 앞으로 보여줄 아니 이미 지난간 역사에서 임금과 신하간에 어떤 일이 있었음을 미리 암시해 주는 대목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왜 정인지라는 인물을 내세웠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나리오에 더해져 담겨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씬에 대해 이야기가 더해지고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 그리고 그 뒷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담겨 있는 것이다.

한글 반포를 코 앞에 두고 한글 창제의 일등 공신인 신미와 세종이 말다툼을 한다. 몇번 오고 간 설전을 끝으로 이들은 헤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다음 씬으로 넘어간다.
두 주인공의 설전을 벌인 이유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중요한 장면이기에 한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영화이기에 다시금 복귀해 볼 기회는 있지만, 감독이나 작가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시나리오에 토를 단 내용으로 작가와 감독의 생각을 들여다 본다는게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제 세상에 없던 책이, 첫 선을 보였다.
앞으로도 영화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역사의 한 장면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에 뒷말이 무성하다.
역사의 기록들이 충실히 전해져 왔다면 이런 오해의 소지도 없었을텐데 '1443년의 마지막 날, 임금이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단 한줄의 실록기사만이 전해져 온 탓에 그 빈 공간을 최대한의 자료를 근거로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이야기다. 
지금 현실에도 겨우 몇년전에 일어난 사건들 조차 그 전말을 알지 못하고 미궁에 빠지는 상황에서 수백전 전의 일을 어찌 다 알겠는가. 어느 순간 우리가 다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한 순간에 뒤집어질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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