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탐정 -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장의 37년 단어 추적기
존 심프슨 지음, 정지현 옮김 / 지식너머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소개하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장의 37년 단어 추적기]라는 소개글에서 사전에 올려진 단어들의 어원이나 변천사를 다룬 책일거라는 추측으로 들여다 보게 된 책이다. 시중에 학습용으로 출간되는 어원을 기준으로 단어를 익히게 하는 책들의 고급버전쯤으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보고 이 책을 추천이들의 글과 서문을 보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내가 처음 이 책에 대해 생각했던 어원이나 변천사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다만 소개하는 방식이 상당히 특이하다. 자신의 이야기 즉 이 책의 저자가 옥스포드 대학 출판사에 들어가 옥스포드 영어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OED)을 편찬하는 일을 하면서 겪은 일상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단어들 중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들여다 볼 수 있게하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OED에 수록된 단어들이 문화와 사회속에서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단어의 기원과 발달 과정을 추적하고 밝히는 과정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으로 '단어 탐정'이라고 지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어를 추적하는 단어 탐정으로써의 역활을 세세히 담아내기 위해 37년간 출판사에서 겪은 일들을 적어가다 보니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회고록이 되어버린 것이죠. 사실 시작은 자신의 회고록을 쓰는게 먼저였을 겁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따분할 것만 같은 사전편찬이라는 일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사전 편찬을 하면서 느꼈던 흥분감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죠. 단어의 의미를 역사적인 발달 순서로 설명하고 단어가 사용된 역사적 문헌을 발췌함하면서 역사 사전을 만드는 작업의 재미와 흥분감. 마치 그 동안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해결한 탐정의 짜릿한 기분을 같이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잡지라는는 의미로 쓰여지는 Magazine이라는 단어의 역사를 찾아가 보면 아랍어인 makzan에서 유래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단어는 '창고'라는 뜻을 가졌는데, 이 단어가 이탈리아어인 magazzino으로 또 다시 중세 프랑스어인 magasin으로 변천하였으며 영어로써의 magazine는 17세기에 들어서야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이 단어는 '물건 창고'라는 뜻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런 단어가 세월이 흐르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의미로 변하는 단어의 역사를 찾았을 때의 그 흥분은 대단하였으리라 여겨집니다. 단순히 저자가 보여주는 단 몇 줄의 글만으로도 약간의 흥분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사전 편찬이라는 따분할 것만 같은 일에 매료되어 37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에 담겨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37년간 OED와 함께한 기록을 담은 회고록입니다.
보통 회고록이라면 어떤 의미로든 일반 대중의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 아니라면 쉬이 들여다 볼 만한 책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회고록, 비록 옥스포드 영어 사전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더라도 쉽지 않을텐데 [영어 탐정]이라는 저자 자신의 일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저자의 능력에 그가 그 동안 단어에 빠져 살았던 그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하였는지를 알 수 있네요.
논외의 이야기지만 회고록을 쓰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