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ㅣ 스토리잉크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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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그 계절은 서로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방학

언니와 함께 캠핑장을 찾은 루시와 로망이라는 프랑스 소년과의 만남.

누군가와 어울리지 못하고 가발로 짧은 머리를 감추며 혼자 놀던 루시에게 먼저 로망이 다가가지만, 마음과 달리 편하게 친구로 어울리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몰라 서툴렀던 아이들.

가발을 벗고도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된 루시는 헤어질 때 자신이 아끼던 개 인형을 로망에게 건넨다.

루시가 캠핑장을 떠날 때 로망은 시큰둥하게 반응하지만 결국 아쉬운 작별에 후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로망은 그렇게 루시가 남기고 간 인형으로 인해 따뜻함을 느낀다.


 

아득한 색연필 선 끝에서 펼쳐지는 따스한 아련한 유년 시절의 추억.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 코믹 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된 『메멧』 속 그림을 보며 잔잔히 펼쳐지는 그 여름 캠핑장의 행복한 순간을 눈과 마음에 담아보았다. 특히나 서로를 위하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완벽함과 긴 설명이 아닌 여백이 많은 글과 그림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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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자 ㅣ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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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안전가옥×왓챠 스토리 공모 : 이중생활자’에 선정된 다섯 편의 이야기 속 매력적이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만나보았다.

 

첫 번째 최현수 작가의 「열일곱, 여름, 전쟁」에선 명국출신으로 적국인 암국의 특수 용병 훈련소에 침투한 인간 폭탄 영이 실체를 숨기며 스파이 역할을 하는 이중생활을 한다.

 

두 번째 나혜림 작가의 「드림센스」에서 학생 설이는 꿈을 먹는 두억시니(머리를 억누르는 귀신)에 맞서는 괴갑사로 선택되어 괴갑사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야. 세상은 감각과 환상과 압력과 꿈으로 가득 차 있어. 감각기관이 없으니 느끼지 못할 뿐. 아니, 아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야. (p.97)

 

김해일의 「부귀수산」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조개 양식장을 운영하는 것 같지만 작물을 숨겨주는 조건으로 수익을 내는 이중생활을 한다.

 

전효원 작가의 「부처핸접」에선 지거가 우승상금을 타 절을 지켜내기 위해 승려라는 신분을 숨기고 랩 배틀에 나갔다 악귀와 맞서게 싸운다.

사바세계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하면

꿰뚫어 볼 수 있지, 악마의 까만 가면

발붙이지 못하리, 파괴를 향한 바람은

다들 알고 있지, 선을 지키는 라임을

뭐라고?

옴 바아라 아니바라 닙다야 사바하

더 크게!

옴 바아라 아니바라 닙다야 사바하 (p.292)

 

이산복 작가의 「단골손님」의 나는 세탁소에서 일하는데 단골손님의 수상쩍은 행동에 뒤를 밟고 결국 단골손님과 미스터리한 대결을 펼친다.

 

다양한 색깔로 이중생활을 담고 있는 『이중생활자』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을 통해 미스터리하면서도 때론 웃음 짓게 하고 때론 갈등 속에서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괴갑사로 활약하는 설이와 랩하는 승려 지거가 악귀를 막아내는 활약상이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로 느껴졌다. 한동안 부캐 열풍이 일 정도로 본캐 외에도 부캐의 매력을 강조했다. 누구나 단 한 가지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고 본캐든 부캐든 매력적인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 모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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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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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진단받고 그 상태를 잘 컨트롤해 최대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게다가 조현병이라 하면 잔인하고 두려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기에 타인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매 순간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조현정동장애를 가진 작가가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조율하는 나날들』을 읽어보았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고, 망상에 시달리고, 자신이 죽었다는 느끼는 등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으로 인해 예일대에서 퇴학당한 것, 정신질환이 유전될 것을 염려해 2세를 가지는 것을 포기하는 등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상실감과 박탈감도 감내해야 한다. 또한 타인에게 정신질환자로 평가되기보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평가되길 바라는 마음에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자신의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찾고자 애쓴다.

 

사람들은 암이 '침입한 것이기 때문에 암 환자는 암과 싸울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도 그 사람 ‘자체’가 암이라거나 그 사람이 암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누군가를 덮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조울증이라거나 조현병이라고 말한다. (p.108)

 

나는 경미한 정신증을 이따금 경험하지만, 조현병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발병한 다른 병들은 잘못된 사건으로 여겨지며 도대체 나란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조현병은 너무나 오랫동안 나의 일부였기에 내 삶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p.273)


정신질환을 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이런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자신의 정신질환을 받아들이고 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정상의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다시 정상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신질환자 또한 수많은 육체적 질병처럼 많은 질환 중 하나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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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랏소에
달시 리틀 배저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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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의 리판 아파치 부족의 후손인 17세 소녀 엘리(엘랏소에)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죽은 동물의 유령을 불러낼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은 모계 쪽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그중 팔대조 할머니 엘랏소에와 그 능력의 비범함이 비슷했다. 이종사촌 트레버가 교통사고로 죽게 되는데 죽기 전 엘리의 꿈에 나타나 자신을 살해한 사람이 에이브 앨러턴이며 그 사람이 가족들을 헤치지 못하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윌로비의 덕망 높은 의사로 알려진 에이브 앨러턴이 왜 사촌을 살해했는지를 친구 제이와 함께 조사하며 펼쳐지는 서늘하고 다이나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엘리의 곁에는 항상 죽은 애완견 커비의 유령이 함께하며 엘리를 보호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텍사스는 인간, 뱀파이어, 유령, 코요테 사람, 요정의 후손, 심령술사, 저승사자 등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는 곳이다. 아메리카의 원주민의 전통문화에 영화 트와일라잇이 떠오르는 설정의 조합이 매우 흥미로웠다. 윌로비의 앨러턴과 그의 조상들은 200년 동안 명의 가문으로 명성을 지켜오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음을 밝혀낸다. 이 과정에. 과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도 이 가문의 도움을 받는 설정 또한 흥미로웠다.

 

이 작품에는 텍사스의 리판 아파치 부족의 일원이자 지구과학자라는 작가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점점 더 사라져 가는 부족의 구성원과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 그리고 삼엽충이 살던 고생대의 시대로 자연스레 넘나드는 엘리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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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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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자인 니타 프로스의 처녀작 『메이드』는 2022년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는 물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다. 『메이드』는 부의 상징인 5성급 호텔의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메이드인 몰리를 주인공으로 한 인물의 성장과 살인 사건을 풀어내는 추리소설이다.

 

리전시 그랜드 호텔의 메이드 몰리는 펜트하우스 투숙객이자 재력가인 블랙의 시신을 발견하며 이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5일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9개월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몰리는 평범하지 않은 사고방식으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져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기에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지냈다. 시신을 발견한 최초의 목격자였던 몰리가 유력한 살해 용의자가 되며 타인의 도움을 받고 진심 어린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그동안 자신을 속이고 이용한 이들의 범죄를 밝혀내는 과정이 그려진다.

 

다른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일하지만,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 호텔 메이드인 몰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을 가졌으며 순수하고 정직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지 않다는 점은 이상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이용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닌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며 따뜻함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뒤를 돌아보니 텅 빈 거실이 아닌 세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다들 미소 짓고 있다. 눈이 함께 웃는 미소다. 나는 평생 처음으로 진정한 친구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다. 진정한 친구란 그저 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날 위해 기꺼이 행동하는 사람이다. (p.370)

 

몰리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평범하지 않은 반응은 웃음을 자아냈다. 정말 사람들이 오해하기 십상이겠다. 평범하지 않은 몰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나쁜 사람이지만 몰리가 타인을 제대로 보는 판단력을 키워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다 읽기 전까진 결코 진범을 확신해서는 안 된다. 퓨로렌스 퓨 주연의 영화화 예정이라고 하는데 영화에서 몰리의 특별한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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