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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평점 :

조현병을 진단받고 그 상태를 잘 컨트롤해 최대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게다가 조현병이라 하면 잔인하고 두려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기에 타인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매 순간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조현정동장애를 가진 작가가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조율하는 나날들』을 읽어보았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고, 망상에 시달리고, 자신이 죽었다는 느끼는 등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으로 인해 예일대에서 퇴학당한 것, 정신질환이 유전될 것을 염려해 2세를 가지는 것을 포기하는 등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상실감과 박탈감도 감내해야 한다. 또한 타인에게 정신질환자로 평가되기보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평가되길 바라는 마음에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자신의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찾고자 애쓴다.
사람들은 암이 '침입한 것이기 때문에 암 환자는 암과 싸울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도 그 사람 ‘자체’가 암이라거나 그 사람이 암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누군가를 덮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조울증이라거나 조현병이라고 말한다. (p.108)
나는 경미한 정신증을 이따금 경험하지만, 조현병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발병한 다른 병들은 잘못된 사건으로 여겨지며 도대체 나란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조현병은 너무나 오랫동안 나의 일부였기에 내 삶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p.273)
정신질환을 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이런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자신의 정신질환을 받아들이고 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정상의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다시 정상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신질환자 또한 수많은 육체적 질병처럼 많은 질환 중 하나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