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부모의 탄생 - 공동체를 해치는 독이 든 사랑
김현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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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을 위한 응급처치
혐오에서 이해, 만남으로


학교 교육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 라는 말이 있지만 16년전에도 아마 20년 전에도 각 주체들은 서로 화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23년 7월 말, 서이초 사건으로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어떤 갑질을 하고 있는지, 그 피해는 어떠한지 대대적으로 뉴스에서 다뤘습니다. 


침묵하던 교사들은 더이상 이래서는 안되다며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했고,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변했을까요, 뉴스에서는 새로운 이슈들을 다루기 시작했고, 교사들도 현실의 높은 벽에 매달려 봤다가 저 아래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를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다시 깨닫고, 침묵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은 깨어지고, 까맣게 타버린 재만 남은 것처럼 보입니다.
모두가 괜찮지 않지만, 겉으로는 모두가 괜찮아 보입니다.

이제,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서로 연락하지 않는 것이, 
서로 의논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매너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망 직전의 교육현장을 위한 CPR... <괴물 부모의 탄생>은 응급처치를 위해 긴급하게 나온 책 입니다.

부모라는 말 앞에 “괴물”이 붙어서 잃기 싫은 마음이 드는 학부모님들이 있을까봐 걱정 했습니다. 

누가 자신을 “괴물”로 부르는데 좋아할 수 있을까요? 이미 공교육이 괴물인데 어떻게 학생, 학부모, 교사가 정상일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걸리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이 책은 교사들의 속풀이를 위해서 이런 제목을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내어 이 책을 손에 들고 읽어간다면, 어떤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의 경주에 빠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새 출발을 시작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교사들에게는 문제가 있는 학부모를 회피하거나 비난하기를 유보하고, 이해의 대상으로 기술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의 대상으로 다르게 바라볼 여지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독박양육으로 표현되는 한국 사회에서 당연한 엄마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부당하고 왜곡된 사회의 요구에 최선을 다해 대처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부모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끌어 안을 수 있는 마음을 마련하는 것이 학교와 교사들의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처음으로 교직을 시작한 2007년과 지금의 2023년 사이에는 학부모-교사 사이에 질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후 20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봅니다만, 누구의 노력도 없이 저절로 좋은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있다면 정신나간 사람이겠구요.

이 책을 펼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전국의 많은 교사들의 아픈 경험담을 다시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치료할 수 없는 불치의 암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피하고 싶었고, 눈과 귀를 닫고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제 안에 있었기 때문 입니다.

다행히 이 책은 무겁지 않습니다. 어려운 말도, 지나치게 무거운 얘기 보다는 담담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읽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말 없이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치우침 없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이런 질문을 해봤습니다.
”괴물부모의 탄생이 사회적 산물이라면, 치료에도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체, 마을이 지속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괴물 부모는 가부장 사회에서 나온다.”
“나도 성공에 집착하고 있나?“

괴물부모가 존재하는 학교에서 교사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교사는 문제 해결의 주체이자 당사자인데 이 문제로부터 도망가서는 안됩니다. 

이 문제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깊이 이해하지만, 그래서는 학교의 미래는 더욱더 암담해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 입니다.

학부모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학부모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연민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직 16년차의 저도 이러한데 이제 막 교사가 된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더욱더 학부모에 대해 연구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 우리 모두는 서로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희생자가 된 우리 교사들에게 묻습니다. 교사 집단은 학부모에게 연민의 마음을 잃지 않고 있나요? 공공연하게 문제 학생과 학부모를 비난하는 모습도 일상과 주변에 흔히 있지 않았나요. 

다시 고백합니다. 학부모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입니다. 학부모들 자신도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알지 못할텐데 우리가 어떻게, 무슨 힘이 있다고 나서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던 사람들이 교감 교장이 되었기 때문에 학교는 문제해결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란 말입니다!

교사는 전문가다. 저는 말을 믿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당한 갑질을 이해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미 괴물의 소굴이 되어버린 경쟁과 불안의 사회에서 곧 괴물로 변하게 될지 모르는 학부모들을 이해하고, 학교 공동체를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더이상의 괴물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부모들의 상처들을 닦아주고, 치료해줄 수 있는데까지는 부모교육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가정 내의 ”독박육아“를 넘어, 한국 사회가 한 가정, 특히 여성들에게 ”독박육아“를 강요하는 갑질을 두둔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혐오가 넘치는 사회입니다..
”극혐“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교사들을 종종 봅니다..

교육은 인지 부조화의 상태에서 인지 조화의 상태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 입니다. 즉 갈등에서 이해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행위 입니다. 
그런점에서 “극혐”이라는 말은 교사가 사용해선 안될 말입니다. 

괴물 학부모를 극혐한다는 교사가 있다면 어느새 그도 괴물이 되버릴 것입니다.

이 책은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조화로운 상태로 만들어 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이 때, 이 책을 꼭 읽기 바랍니다.

괴물도 갓 태어났을 때는, 예쁜 아기였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괴물이 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너도 너도 피해자인데 왜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할까요? 
평화협정, 평화 선언이 필요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면서 죄없는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을 살리는데 힘을 합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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