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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닐 앤더슨 지음, 유화자 옮김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4년 2월
평점 :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다.” 몇 년 전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 작가가 했던 말이다. ‘어떤 삶을 사는가’보다 ‘어떤 사람인가’가 더 우선되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 ‘Being에서 Doing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당시 ’괜찮은 삶을 어쭙잖게 흉내내는 것‘으로 나의 ’사람됨‘을 포장하려 애썼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닐 앤더슨 목사의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를 읽으면서 그 때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그 신분에 합당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가르쳐 준다. 자리가 그 사람을 보여주듯이, 그리스도인의 삶 또한 그가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지 드러내 준다고... 삶에 의해 신분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신분이 그에 합당한 삶을 만드는 거라고 말이다.
📍“당신의 행동이 어떠한지에 따라 당신의 신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누구인지에 따라 당신의 행동이 달라진다.“ / 49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전반부는 교리적인 기초를 제시하고 후반부에서 영적 성숙을 위한 실제적인 지침들을 제시한다. 나는 이 책이 ‘로마서’의 구성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로마서는 전반부에 복음의 본질(즉 예수로 말미암는 구원과 신분의 변화)을, 후반부는 복음의 적용(즉 구원 받은 자의 구원을 이루어가는 삶)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도 그랬기 때문이다.
구원은 받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삶 속에서 계속 이루어가야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마음과 감정 다스리기, 믿음의 삶 실천하기, 거절김을 극복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8장에선 영적 성장을 이루는 꽤 실제적인 지침도 읽을 수 있었다.
책의 흐름을 ‘구원의 서정’(삼위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도 대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전반부는, 부르시고(소명) 거듭나게 하시며(중생) 의롭다 여기시고(칭의) 자녀삼아 주시는(양자) 구원에, 그리고 후반부는, 예수를 닮아가는 삶을 살게 하시고(성화) 궁극적으로 구원을 이루도록 이끌어 주시는(성도의 견인) 구원에...
그렇다면 이 책을, 그리스도인의 구원에 관한 훌륭한 개론서이면서 영적 성장을 돕는 지침서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나님은 당신이 하니님 인에서의 신분을 깨닫고 하나님의 지녀답데 살길 바라신다. 그러나 당신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할 때도 하나님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당신이 성령 안에 거하고 믿음으로 행하길 원하신다. 그러나 그 길에서 넘어질 때에도 여전히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신다.” / 136
‘유레카’를 외치는 아르키메데스를 떠오르게 하는 표지 그림도 재미있다. 심플한 그림이지만 ‘깨달음‘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그림. 번역서이지만 읽기 어렵지 않고, 각종 어려운 신학 용어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잘 풀어 쓰고 있다. 이번이 3번째 개정판인데, 초판 발행 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특징!
마음의 질병과 감정의 영역을 너무 영적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아함도 있지만, 저자가 제자 훈련과 상담 전문 목사로서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쓴거라 생각하니 납득되는 부분.
교회에서 제자 훈련과 상담을 인도하는 목회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구원을 받았고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유익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