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너무 많아 김영진 그림책 12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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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면 나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로

아이가 하루종일, 아니 몇날 며칠을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차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떠들며 놀길래 못듣는 줄 알고

앞자리에서 신랑에게 조그맣게 얘기한 작은 아이 탄생비화(?)를 듣고

아직도 우리집 작은 아이는 엄마 엄마 하면서 본인의 존재에 대한 엄마의 반응을 확인한다.

(미안하다 ㅠㅠ)

체육시간에 바지에 구멍이 난 것도 주인공 그린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닐테고

하굣길에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도 그린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닐터인데

그린이는 엄마, 아빠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게 되고...

그 뒤로 걱정쟁이가 되어 버린다.

 

또 잃어버릴까봐 휴대폰을 안가지고 나간다고 하고

엄마의 무심한 한마디 "무슨 일 있을 때 엄마한테 전화해야지"에서

"무슨 일"이 안 좋은 일일까봐 걱정이 걱정을 낳고 꼬리를 물게 된다.

걱정괴물이 하나씩 달라붙어 그린이를 괴롭히다 보니

아무 일도 아닌것에 짜증을 내며 친구를 몰아붙이기까지 하게 되는데..

 

 

우리집 애들은 잠자라고 눕혀놓으면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좋았던 일 재잘거리기와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어둠에 대한 공포를 잘 얘기하는데

그린이도 우리집 애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잠을 잘 못이루건, 걱정 때문에 나쁜 꿈도 꾸고 새벽에 잠을 깨기도 하는데

엄마 아빠는 이런 그린이의 걱정에는 관심이 없고

그린이가 너무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말라며 무심하게 넘기려 한다.

이런 어른의 모습으로 그린이는 '별일 아닌 걸 걱정하는 자신이 걱정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 부분!!

'별일 아닌 걸 걱정하는 자신이 걱정되는'

건강염려증처럼 어른들도 과도하게 걱정을 많이 하고 살고, 어른이 하는 걱정에는 병명까지 붙는데

우리 아이들이 나름의 몇년 인생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듯

하늘이 무너져라 괴로워하며 걱정하는 소리에 우리는 너무 무심한 듯 하다.

아이들 입장에선 정말 정말 걱정되고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어른들은 그럴 일 없다, 별일 아니다로 그저 결과에만 초점을 두고 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는

절대 설명하지 않는다. 나부터가.

그러기엔 아이들의 걱정은 너무 사소하고 난 너무 바쁘다. ㅠㅠ

 

 

그린이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준건 다름아닌 멀리 사는 할머니!!

할머니는 그린이에게 집 앞 나무에 걱정괴물들을 매달고 집에 들어가면

금방 사라지진 않지만 밤새 매달리느라 힘든 괴물들이 슬슬 도망간다고 친절한 설명을 해주고~

이 방법이 꽤 효과가 있자 그린이는 점점 밝아지게 된다.

이 책은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매우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내내 '우리 아이도 이랬었나보구나. 그때난 뭐라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왜 나는 저 현명한 할머니처럼 아이의 입장을 이해해보려 하지 않고

그저 영혼없는 "그랬구나!"만 허공의 메아리처럼 읊어댔을까.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등으로 유명한 김영진 작가의 그림책이라

아이들도 그린이를 기억하고 즐겁게 책을 읽었다.

그린아. 그리고 우리집 아이들아.

그 날의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다 했으니, 이제 걱정일랑 걱정나무에 붙들어매고

긍정적으로 살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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