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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미래지식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변학수 옮김 / 미래지식 / 2023년 2월
평점 :
새는 알에서 깨고 나오려고 씨름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이번으로 데미안을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첫 번째보다 이해가 잘 되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이나 뒷부분의 에파부인과의 일들은 여전히 이해가 어렵다. 다행이 미래지식 출판사의 책에서는 책 끝부분에 데미안의 작품설명을 프로이드와 칼융의 해석과 종교로의 해석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어 그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었지만 나만의 해석이 잘 안되는 것은 여전히 나의 숙제로 남겨졌다. 그래서 아마 세네번은 더 읽어보야야 가능할 듯 싶다.
헤세의 성장소설이라고 말하는 데미안은 헤세의 지독한 성장통을 보여주고 있다. 사춘기 시절을 이렇게 혹독하게 자신의 내면과 싸우며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이가 중년이 다 되어도 아직도 자신을 알지못하며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치열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싱클레어의 모습을 보며 같이 아파하고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종교적인 문제가 부각되어 보였다. 요즘 한창 이단문제로 시끄러운데 데미안이나 피스토리우스, 에파부인은 이교도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싱클레어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카인과 아벨의 해석이나, 십자가와 강도의 애기는 참신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싱클레어의 아버지가 하신 말씀처럼 이단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쫓는 아브락사스는 진짜 있는건지도 궁금해졌다. 선과 악이 함께 하는 신이라는건 바로 인간이지 않을까? 우리 마음엔 늘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가 말이다. 다만 알에서 스스로 깨어나는 인간이어야만 아브락사스가 되지않을까 생각해봤다.
그런 아브락사스로 날아가기 위해 싱클레어는 자신이 스스로 노력을 하고 데미안이나 다른 여러 조력자들을 만나 결국은 알을 깨어 나올 수 있었다.
데미안과 어머니,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마치 귀신들이 앞날을 내다보듯이 미래의 불길한 기운을 맞닥드리는데 그것은 결국은 전쟁이었던 것이다. 전쟁을 통해서 부상을 당한 싱클레어는 병상에서도 끊임없는 꿈을 꾸며 자신의 내면과 만나면서 알에서 깨어나오게 되고 데미안과는 영원한 이별을 한다. 드디어 자신을 찾은 것이다. 이런 치열한 고민을 해야 마주 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이란 말인가.
데미안이 남겨준 ‘나, 자신’을 만나야 한다는 숙제는 어쩌면 평생해도 못 만날까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