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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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두 어 달을 외롭게 지낼 땐 주위가 모두 식물들이거나 작물들이었다. 나는 아직 언어가 유창하지 못한 어린 꼬마여서 그저 초록이나 흙빛에 둘러 쌓였는데. 어느 순간 파란 색이 눈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말이다. 내 눈은 갑자기 분명히 그 순간 흐려졌었다. 하늘과 구름의 파랑이 몹시 마음과 달리 평화롭기만 했기 때문이다.
엊그제 꽃차를 시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꽃은 마침 도라지꽃. 작은 잔은 파랗게 꽃물이 우러났다. 그 시절 이후로 줄곧 동물은 조금 많이 내게는 어떤 식으로는 조금 무서운 존재였다. 식물과 다르게 예고도 없이 움직이고 소리를 지름이 때로는 작은 생물이라고 해도 내 심장은 쿵쾅대기 좋았다. 심지어는 누렁소가 눈망물만 꿈쩍꿈쩍 할뿐인데도. 마치 내게 무슨 말이라도 해버릴 것처럼 눈은 살아있고 우주라도 담겨있을만한 까만색 이었다.
그렇다고 식물이 아무런 감각체계를 갖지 못한 건 아닐텐데도 늘 식물을 작고 마음 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누구든 비슷한 감정은 아닐까. 작은 위안과 같은 식물을 좋아하고,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 한구석엔 자리하고 있었고, 식물 그림이나 초록은 늘 좋았다. 머무르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늘 식물같은 뿌리 내림을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난 제법 오래 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이 곳에서 가능한 이야기들에 오래 귀기울이고 싶다. 진작 그래야 했음에도 늘 그럴 수 그러지 못했음이. 누구의 탓은 아니다. 그저 바람이 이끄는 데로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었던 시간들에도 나는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히 내 삶은 값지다.
인생의 답을 찾아 보는 다양한 방법 중 저자가 택한 식물을 통한 방법들이 퍽 흥미롭고 멋졌다. 나도 책을 매게로 사람들과 더 소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식물같이 다정한 사람은 담백한 색깔일 것이다. 요즘 나는 말이 조금은 많아지고, 분주하게 모든 상황들을 서둘러 통합하고 싶은 욕심을 가진다. 좀 더 식물성을 회복할 그런 시기임에도. 다시 식물을 생각할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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