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장자 - 자연스러운 삶을 갈구하면 장자가 들린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시리즈
장자 지음, 박훈 옮김 / 탐나는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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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삶을 갈구하면 장자가 들린다..

105쪽. 소중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사랑하는 것을 잃고 마니,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4편 인간세 중)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장자> 의 한 장면이다. 작년 가을이었을까. 독서모임을 통해 한 차례 장자를 읽었음에도 이 책으로 만나는 장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장자의 원문을 싣고, 그 내용만을 가감없이 수록한 책이라 우리 스스로 장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서양인이 읽은 장자관련 책을 함께 보았었는데, 그런 전혀 다른 시공간의 세계에서 읽는 시선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정말 인생의 절반즈음을 걷는 시기, 작년도 그랬겠지만, 해가 바뀌고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던 장자를 다시 읽는 기분도 참 새롭고 몇 가지만이 익숙한 대목이란게 또 신비롭기만 하다. 같은 책으로 내년에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오늘 그은 밑줄을 어떻게 바라볼지..

1편 소요유 2편 제물론은 익숙한 차례인데 3편부터는 처음마냥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의 순이다. 마지막 7편 응제왕은 인간세와 함께 또 기억에 남아있는 단어이고. 부록으로 외편과 잡편이 고르게 실려있다.

내가 고른 대목은 2편의 성인은 자연의 입장에서 사물을 본다. 부분이다.

40쪽. 그러므로 '그'는 '이것'이 있기에 생겼고, '이것'은 '그'가 있기에 생긴 것이다. .. 옳은 것 때문에 그른 것이 있고, 그른 것 때문에 옮은 것이 있다. .. 성인이라야 상대적 입장에 서지 않고, 자연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다. 그것은 시비의 상대성을 초월한지라 시비와 피차에는 아무런 분별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41쪽. 옳다는 것도 무궁한 변화의 하나요, 그르다는 것도 무궁한 변화의 하나로 서로 무궁하게 발전하나, 이 옳고 그름의 쟁변과 '그'와 '이'의 분별을 종식시키려면 큰 도를 밝히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

어려운 문장이긴 하지만 어쩐지 옳거니 하는 느낌이 밀려오는 부분이었다.

조삼모사에서도 새로운 느낌의 대목은 나왔다.

46쪽. 명분과 실제에 있어 별다를 바 없지만, 기쁘고 성냄이 달라지는 것은 역시 자기의 편견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억지로 도를 알려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는 시비가 각각 존재하게 하면서도 시비 사이에 서로 걸리지 않게 지나감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을 일컬어 '양행'이라 한다.

내일 <정의란 무엇인가>로 독서모임을 갖게 되는데, 어쩐지 장자에서 읽는 이런 부분들이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제물론 부분이다.

53쪽. 사람의 지혜는 모르는 데에 그치고 마는 것이 오히려 최고의 지혜다. ..
..
언어의 한계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좌가 있으면, 우가 있고, 원칙적인 사리가 있으면, 비판적인 것이 있고, 분에 대해 변이 있고, 경에 대해 쟁이 있다. 이것을 여덟 가지 덕, 팔덕이라 하는데,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작용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육합(하늘과 땅, 그리고 사방) 외의 문제, 즉 형이상의 문제는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 논의의 대상을 삼지 않았고, 육합 안의 문자, 즉 형이하의 문제는 논급한 바 있으나 비평을 가하진 않았다.

음. 이런 부분들도 꽤 의미있게 다가오는 <장자> 다시 읽기. 해를 거듭해 자주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124쪽. 육체의 세계를 보지 말고 정신적인 세계에서 놀아라.
..
무릇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운명을 순종하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은 예라는 명궁의 활 사정거리 안에 노니는 거와 같습니다. 그 가운데 있으면 화살에 맞는 거요, 그 화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운명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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