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 혼자인 내게 그림이 다가와 말했다
이소라 지음 / 봄름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는 무기력해졌을 때. 고흐의 이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마음 속 불안한 목소리가 차츰 사라진다."

전후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전위예술이 주목받던 시기 고요한 그림을 그린 미국 화가 찰스 커트니(1861~1942).

전쟁이 끝나고 우울과 불안이 커져가는 세상에서 커란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움과 평화가 아니었을까요. -142쪽

전쟁의 아픔은 실은 서양보다 동양의 약소국들이 더 많은 아픔과 고통에 처했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개개인들에게 그 시대안에서 역시 전쟁은 전쟁이었을테고.

그림이 다가와 말을 한다는 설정처럼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차분해지고 정돈되는 이야기들 같다. 작가가 선정한 그림들이 조금은 새롭거나 낯설지만 일상을 소재로 한 잔잔한 그림들이라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전쟁같은 시기를 지난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의 매 순간이 모두 혼란스럽고, 복잡한 측면만 강조할 수도 없다. 우리는 그와 반대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고, 위험이 아닌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것도 어쩌면 가장 당면한 숙제같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의 다양한 삶의 방식속에서 때로는 쉽게 지쳐가는 현대인들이게 이러한 종류의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참 필요한 일 같다.

책속에서 눈길을 끄는 그림들도 카메라에 담아 두었다. 가끔 그림과 안정과 위로가 필요한 우리들의 삶. 지금 내게 들리는 소리는 무엇일까. 나또한 하나하나 기록하는 삶을 살아나가고 싶다. 그 가운데 그림이 들어온다면 적지않은 위로도 받을 것 같다.

최근에 발견한 그림은 캉탱 마시(1466~1530). 벨기에 화가. 계약된 연인(1520년)이란 그림이었다. 로비스 코린트란 독일 화가, 주세페 데 니티스, 피에르 보나르, 다니엘 다 볼테라의 메켈란젤로 초상화(1544년) 등 책으로나마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 전후 작가들의 그림들도 에세이로 엮으면 참 의미심장 하리란 생각이 든다. 그 시절 어떤 그림들이 그려졌던지 많이 알지도 못했다. 기회가 되면 그런 책들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비로소 든다.

그림을 선명하게 인쇄하는 그런데 무겁지 않은 이 책의 종이도 궁금하다.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다시 확인한 단어. 아름다움. 위로. 행복. 감사.

차례에서 처럼 이 책은 어떤 말들이 우리를 힘들게 했는지, 또 어떤 순간이 우리를 괴롭게 했는지를 묻고 있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진짜 너로 살고 있니? 이거 진짜 비싼 거야. .. 또는 우린 안된다니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다음에 하지 뭐. ..

띠지의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타인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간 화가들은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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