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낙원 ㅣ 세계기독교고전 32
존 밀턴 지음, 귀스타브 도레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4월
평점 :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의 한권인 실낙원은 불교신자에 가까운 나로서는 약간의 거부감은 없지 않았다. 사탄이라던가, 저주, 타락, 지옥, 죄 뭐 그밖의 여러가지 무지막지한 단어들이 많이 나열되어 있어, 참으로 지옥이란 무엇가 하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기독교적 세계관은 무얼까 이해하려는 심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꽤 두꺼운 책인데, 표지에는 1526년에 그린 루카스 크라나흐작 <아담과 하와>가 실려있다. 귀스타브 도래 라는 삽화가와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 차례를 보니 12권의 책으로 이루어져있다. 1667년에 출간, 대서사시..
존 밀턴이 활동한 1600년대의 유럽은 17세기 과학혁명이 분출되었던 시기였다. 당시 기독교사회는 원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것 같다. 다윈이 아직 출현하기 전이라 그나마 그것은 실현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어쨋든 작품으로서의 실낙원은 오늘날의 블록버스터 영화같은 온갖 악의 무리를 헤치고 아담과 이브로 하여금 언덕위에서 장차 일어날 대홍수의 장면을 보여주며 성대하게 끝맺는다.
또 다른 번역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번역을 떠나서 이런 내용의 작품은 세계문학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나로서는 조금은 의문이 들기는 한다. 여러 신화와 지명과 복잡한 내용물들이 참 많긴했는데, 글쎄, 지옥을 설명하기 위해 이 모든 정보들을 한데 모은것은 현대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아야 할지는 우리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후기를 마무리해야 겠다.
중간중간 책 속 구절을 (각주를 포함해)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93쪽. 어둠을 뜻하는 "에레보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혼돈"의 아들로서, 죽은 자들이 지옥으로 가기위해 통과해야 하는 어둠의 지역, 즉 혼돈계를 가리킨다.
98쪽. 사탄이 이렇게 말하자, 까마득한 태곳적부터 무정부상태로 이곳을 다스려왔던 저 늙은 폭군 '혼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
139쪽. "니파테 산"은 아르메니아와 아시리아 간의 접경지대에 있는 타우라스 산맥에 속한 산으로서 에덴 동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144쪽. 저 "묵시를 보았던 이"는 밧모 섬으로 유배되어 거기에서 묵시를 보았던 사도 요한을 가리킨다.
158쪽. "아마라 산"은 적도에 위치한 나일 강의 발원지이다.
334쪽. 인류로 하여금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기 위한 수단인 남녀 간의 접촉 행위가 네게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최고의 기쁨이 된다면, 너는 그런 행위는 모든 가축이나 짐승에게도 주어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만일 인간이 자신의 영혼이나 열정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그런 행위 속에 들어 있었다면, 하나님은 그것을 모든 가축과 짐승에게도 똑같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471쪽. 미카엘은 아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지금 인간에게 임한 죽음의 최초의 형태를 통해 죽음을 보았지만, 죽음의 형태는 많고, 죽음의 음산한 동굴로 들어가는 길들도 많다. .."
487쪽. 아담이 보니, 이제는 그 기세가 많이 잦아든 큰 물위에 방주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구름은 매서운 북풍에 쫓겨 달아나 버렸고, 대홍수의 수면은 불어오는 메마른 바람 속에서 노쇠해진 듯 주름이 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