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고노스케 - 오사카의 장사꾼에서 경영의 신으로
송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쓰시타 고노스케란 이름이 생소해도 파라소닉이나 나쇼나루(파라소닉의 옛 이름)를 모두 알고 있다. 그가 오사카 출신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첫 번째 이유였다.

기업경영에 관해선 잘 알지 못해서 오사카의 장사꾼에서 경영의 신으로 라는 부재를 몰랐다면 아마 읽지 못했을 것같다.

창직의 시대에 나만의 기업을 만드는 일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게 아니라면, 일본 1000년 내 가장 뛰어난 경영인 1위,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삶을 한번쯤 읽어두어도 좋을 것이다.

책은 오사카 출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묘지를 찾아가는 탐방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어린 나이에 오사카 센바의 화로점 점원으로 일을 시작한 마쓰시타는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과 허약한 체력을 극복하고 창업에 뛰어 들어 기업을 일으킨다.

그는 수많은 베스트 셀러를 냈고, 강연을 했다. 집필한 저서가 59권, 지금도 많은 풀뿌리 모임이 열리고, 교토역의 PHP연구소(번영을 통한 평화와 행복의 약자)에 마쓰시타 자료관과 소극장이 갖추어져 있어 경영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그를 찾고 있다.

도톤보리 북쪽 센바는 20세기 초 일본의 실리콘벨리로 화로점을 가친 마쓰시다는 당시의 첨단 제품인 자전거상회의 점원으로 장사를 본격적으로 배운다.

센바에서 북쪽 다리를 건너면 시청을 비롯한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 있는데, 마쓰시타는 다시 시멘트회사 일용직 잡역부에서 오사카 전등 수습사원으로 6개월만에 검사원에서 사무직원이 된다. 그리고 오사카 노다한신 전철역 건너편 오히라키쵸에서 창업을 한다.

쓰루하시 근처 코리아타운에서 걸어서 10분. 이카이노는 백제마을로 불리던 곳. 한국을 강제합병한 이후 백제이름은 버리고 쓰루하시로 이름이 바뀐다.

결점투성이 소켓을 개발했지만 포기하지 않던 마쓰시다에게 선풍기부품 발주가 들어왔고 큰돈을 벌게된다.
히가시나리-이쿠노(과거 이카이노)는 고대로부터 선진적인 기술자가 모여든 땅. 그곳에 공장을 설립해 280개 특허를 등록한다. 공장수는 10개로 종업원수는 1100명. 대기업 반열에 오른다.

덴리교의 신앙촌 건설에서 종교의 힘을 접한 고노스케는 종교는 무엇을 위해 창업했고, 기업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고민했다.
오사카역에서 센바로 가는 도로에 5층짜리 근대화 산업 유산인 중앙전기구락부 빌딩은 마쓰시타가 그렇게 제2의 창업 선언을 한 곳이며, 오사카 공회당은 노조를 받아들인 곳.

2차 세계대전의 전범기업으로 추방 명령이 내려졌으나 노조원들이 낸 추방 반대 연명 탄원서로 구명운동도 했다고 한다.
전범기업에 대한 내용은 아주 소략하다. 저자가 38년간 조선일보 기자로 13년간 칼럼을 썼다니 그런 영향도 없지 않은걸까. 나도 괜히 마쓰시다의 훌륭한 점들만 따라 읽은 건 아닐까 하는 반성도 든다.

마쓰시다는 많은 책과 강연을 쏟아냈다고 하지만, 전범기업의 과정에 대한 반성은 웬지 있지 않을 것 같다. 대신 그는 직원에 대해서만은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기업을 운영했다. 기업묘와 제사 담당 직원, 보신부를 두어 복지후생을 챙기는 가족경영을 통해 결속력을 다져나갔다.

오사카의 위성도시 가도마시에는 파나소닉 박물관이 조성되어있다고 한다. 대리점 대표들에게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마쓰시다는 분명 기업의 경영인으로서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셈이다. 경영권세습에 있어서도 손자, 사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신중함을 보였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일은 아직은 흔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다만 기업을 사회의 공공재라고 설파한 기업정신을 둘러싸고 잡음을 남기며 경영권을 두고 10년이상 혼선을 빗은 파나소닉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1990년대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총수 일가의 자산 관리 지주회사 성격의 마쓰시타홍산을 물려받은 사위와 손녀사위를 거치며 수익부동산에 뛰어든 일은 가문의 비극으로 돌아왔다. 파나소닉 지분을 잃는 것은 물론 가문의 권위와 평판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 과정에서 파나소닉은 질적악화로 2000년 1만3000명을 집단 해고하기에 이른다. 그와함께 손자는 부사장에서 명예직 부사장으로 밀려난다.

1989년 마쓰시타 사망 후 10여년이 지난 파나소닉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중국 한국의 기업에 우위를 밀린다. 이제 책은 마지막 장 마쓰시다 경영의 핵심과 경영어록을 정리하며 마무리 된다.

꽤 두툼한 한 권의 책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현대사와 기업의 성장과정을 함께 읽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의미있었던 독서의 경험이었다.

2018년 미국 경영 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상장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14위, 파나소닉은 231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KB금융, 포스코에 밀리는 순위라 한다. (31쪽)

1904년 오사카 센바의 화로점에서 점원으로 일한 마쓰시다의 일생을 따라가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오사카에 백제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파나소닉이 전범기업이라는 것도 우리는 사실 주의깊게 알지는 못했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속내가 무엇인지 반박하기위해 독도에 대해 우리는 세심하게 알아가야 하듯, 일본의 현대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깝고 먼 나라 일본.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책을 덮고 이런저런 질문이 좀 더 이어지는 것 같다. 오래 전, 자전거로 스쳐지나갔던 오사카의 골목들에 이런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다니 다시 그곳에 들렀을 때는 생각이 조금 더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