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했어.
이소리 지음 / 호밀밭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표지에 적혀있는 그 '죽음'이란 단어를 조금은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도 같다. 자신의 죽음은 너무나 끔찍하고, 두렵고, 어려운 것인데도 타인의 존재와 죽음에 대해 우리는 사실 둔감할 수가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타인의 걱정과 근심은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도 체감할 수도 없을 때가 더 많다. 그저 위로의 말로, 함께 있어주는 행위로 우리는 그들을 조금은 지켜주었다고 느낄 수 밖에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죽음을 만만하게 보았다는 말에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내게는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죽음이 너무 두렵고 까마득해서 결코 나를 잠식해선 안되는 무엇으로 정의했었던 탓이다.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 작가의 솔직한 말들은 내게도 어쩔 수 없이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건 작가가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써내려가며 느낀 온갖 감정 중의 하나 일지 모른다.

보건소의 자살방지센터에 문을 두드린다던지, 취미나 모임에 또는 남자친구라도 주위에 손을 내미는 행위는 20대가 공통적으로 취하는 삶을 위한 최대한의 행동이다. 아직 잘 사회에 적응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사회 안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해야하는 청춘의 시간들. 그건 막 사춘기를 겪은 듯 만듯, 모호한 상황에서 다시 맞닥들이는 우리 모두의 청춘이기도 하다.

서로 경중은 다르겠지만, 외로움을 견디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려 노력하며, 외모나 이성친구 또 가족과의 관계로 부터 온전히 나 자신의 무엇을 향해 사고할 수 있는 우리 자신으로 우뚝 서는 그 모험은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에 비견된다는 게 참 맞는 표현같다. 우리 자신의 죽음을 통해, 같지만 달라진 달라지고 변화한 우리 자신과 대면하는 일.

그것이 소중한 사람을 통해서면 더 없이 좋을테지만, 책속에서도 어느정도는 강력한 빛을 느끼게도 된다. 물론 책을 쓴다는 일은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훨씬 뛰어넘는 삶을 향한 끊임없는 죽음의 연속(?) 이겠지만 말이다.

호밀밭의 협성문화재단 NEW BOOK 프로젝트 총서. 3회 선정작 중 <죽으려고 했어> ..

모진 시간의 화살을 버텨온 한 사람의 외롭고 아파한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는것 같아 읽는 사람이 거꾸로 평정을 찾으며 삶이란 놈의 측면을 바라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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