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공평한 봄이었다. 대지도 인간도 온기를 골고루 나누어 가졌다. 각자가 가진 설움은 달랐을 테지만, 그러고 보면 나 역시 괜한 서글픔을 느꼈던 것 같은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저 어른들을 흉내 낸 것인지,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봄은 늘 어지러웠다. 회상이나 향수를 모르는 어린 시절에는 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그 이상한 감정들에게 이름을 붙여줄 수 없어서 난감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나이에도 무언가 안타깝게 흘러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