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한자의 벽에 부딪혀 좌절해 본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그렇거든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자주 보고 익숙해지니 재밌는데 본격적으로 상용한자를 시작으로 일본어 한자를 공부해 보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한자 하나에 읽는 법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고 잘 외워지지 않아 어느새 손을 놓고 있었는데요.
이미지 연상이나 한자 어원을 따라가며 외우는 방식이 아닌 무려 우리말 어원을 바탕으로 일본어 단어를 이해하며 한자 학습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 있어 리뷰해 봅니다.
우리말 어원으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 2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어 단어의 뿌리가 우리말에 있다는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발음 변화의 원리를 설명해 줌으로써 한자 학습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겁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단어를 공통 카테고리에 묶어놓고 우리말이 일본어로 건너가면서 어떤 소리 규칙을 거쳐 지금의 발음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많은데 예를 들어 종성 ㄹ의 변화에서는 우리말의 끝소리 ㄹ이 일본어로 바뀔 때 ㄱ, ㅁ, ㅅ, ㅈ, ㅊ, ㄷ등의 자음으로 변하고 모음이 붙어 두 음절이 된다는 규칙입니다.
별을 일본어로 호시(ほし)라고 하는데요. 책에서는 별 → 볼 → 보시 → 호시라는 구체적인 변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규칙을 이해하게 하더라고요.
쓰다(쓸)가 쓰가 → つ가 → つかう(使う)가 되고 벌이 발 → 바치 → 하치 → はち(蜂)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억지로 외우던 단어들이 훨씬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동사 生える(하에루, 나오다)의 어원이 우리말 패다(곡식의 이삭 등이 나오다)에서 왔다는 설명도 재밌었어요.

특히 약간 생소하게 느껴졌던 일상적인 표현들의 유래를 알려줘서 정말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어디까지나, 철저하게라는 뜻의 あくまで(아쿠마데)가 단순히 한자 뜻의 조합이 아니라 배부르다(만족하다)는 뜻의 あく와 ~까지(마데)가 합쳐져 배부를 때까지 즉, 끝까지 한다는 의미에서 왔다는 설명은 뉘앙스를 파악하는데 좋더라고요.

황혼, 해거름을 뜻하는 たそがれ(타소가레) 역시 우리말 해거름의 거름이 가레가 되고 해(년, 나이)를 뜻하는 도시가 타소로 변했다는 설명을 보며 일본어의 뿌리가 되는 우리말의 느낌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한자 발음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이해가 되니 머리에 더 잘 남더라고요.

오음에 대해서도 아주 흥미로웠는데 꿀 밀(蜜)을 일본어로 미츠(みつ)라고 읽는 것이 우리 한자음 밀이 일본의 오음(呉音) 형성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네요. 일본어 한자 발음이 우리말 한자음과 유사한 면이 많다는 걸 직접 보니 신기하면서 재밌었습니다.

JLPT N2 이상 수준이라 책이 약간 어려웠어요. N5~N3까지의 단어도 다룬 1편을 먼저 공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단순 암기식 공부법에서 벗어나 우리말 어원 중심으로 일본어 단어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활용하시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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