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집 - 아서와 선택된 아이들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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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적 존재와 비마법적 존재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라이너스 베이커는 마법아동관리부서에 소속된 평범한 공무원이다. 어느 날, 그는 최고위 경영진으로부터 4급 기밀 업무를 부여받는다. 마르시아스 섬 고아원이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지, 또는 폐쇄되어야 하는지를 한 달간 머물며 판단하는 임무. 더불어 고아원의 원장 아서 파르나서스에 대한 신뢰도 또한 점검 대상이다.

섬에 도착한 라이너스는 마법적 존재인 여섯 아이들(피, 탈리아, 천시, 루시, 샐, 시어도어)을 만나는 순간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보고서 작성’의 관점으로 보았던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각자 독특한 존재감과 따뜻한 서사로 라이너스의 편견을 무너뜨린다. 판타지적 설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세계지만, 아이들을 향한 사회의 차별과 낙인은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더 마음이 쓰인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대하는 태도’였다. 우리는 종종 낯선 것과 다름을 두려워하고 배척한다. <벼랑 위의 집>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마법적 존재라는 이유, 혹은 겉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위험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사고칠지 모른다”라는 시선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시아스 섬의 아이들은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판단받기 쉬운 존재들이고, 라이너스 역시 그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나 함께 보낸 한 달은 그에게 완전히 다른 시선을 열어 준다. ‘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악으로 규정해버리는 사회의 태도. 책에서는 그 가능성만으로 그들을 괴물로 취급하는 건 부당한 일이라는 것을 전달한다. 아서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상은 모든걸 도덕적인가, 비도덕적인가로 이분하여 나누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 흑백 논리 사이에는 분명한 회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책은 끊임없이 환기한다.



아서와 라이너스의 관계 역시 자연스럽게 그려지며 이야기의 따뜻함을 더한다. 퀴어적인 요소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세계관 안에서 존재하기에 오히려 편견 없이 사랑의 형태를 바라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되고, 둘의 서사가 이어질 때마다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결국 이 책은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닌 돌아갔을 때 마음이 놓이고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과 함께하면 더욱 나다워지는 그곳. 라이너스가 마르시아스 섬에서 발견한 것도 그런 의미의 집에 가까울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나에게도 언젠가 그런 집이 생길까 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품게 된다.



여섯 아이들의 독특한 외형 묘사나 각자의 개성 있는 설정도 이 책의 매력이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빠져들 만한 세계이며, 동화 같으면서도 어른들이 읽으면 더 깊게 느껴지는 구석이 많다. 책에 쏟아진 찬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따뜻한 판타지, 편견에 대한 질문, 그리고 ‘집’이라는 감정적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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